(본사사설) 경자년 새해에는 갈등 없는 세상을 만들자
문체부가 전국 성인 남녀 5천100명을 상대로 시행한‘2019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91.8%가 우리 사회 안에서 진보, 보수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안위와 삶을 평화롭고도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정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경자년(庚子年)의 새 해가 밝아왔다. 새 해가 되면 새로운 소망과 함께 그것을 이루려는 각오를 다지고 지금까지의 무디고 모자란 부분에 대하여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자세를 가지고 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지난 기해년(己亥年)을 보내며 억눌리고 좌절했던 마음속의 앙금들이 여전히 남아서인지 새 해를 맞이했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만나보게 된다.
우리나라 대학교수들 가운데 ‘교수신문’의 설문조사에 응한 1,046명은 지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공명 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 지조는 불경에 등장하는 새(鳥)로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
이 새의 머리 하나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나 활동한다. 낮에 일어난 머리는 몸에 좋은 열매만 찾아 먹었다. 밤에 일어나는 머리가 이에 질투심을 느껴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다.
이 새는 두 머리 간의 질투 싸움의 결과 죽어버렸다. 교수회는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아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현재 한국사회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공명 지조’를 선정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지금 중병에 걸려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 후 국가 사회 전반에 반목과 질시와 갈등이 도를 넘고 있지만 이를 치료하려는 정부 지도자나 정치권은 물론 사회 종교 지도층 까지도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후 대한민국은 ‘조국찬성’과 ‘조국반대’를 외치며 극심하게 양분된 국론분열과 갈등에 휩싸였다.
그러나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시위하는데도 정부는 일언반구도 없이 자기 길만 가겠다는 것인지 국민의 통합이나 걱정 불안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문체부가 전국 성인 남녀 5천100명을 상대로 시행한‘2019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91.8%가 우리 사회 안에서 진보, 보수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안위와 삶을 평화롭고도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정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엊그제 여당과 군소야당이 밀실 협의를 통해 국회에서 통과된 선거법과 공수처 법만 보더라도 교섭단체 대표협상이라는 국회법이 무시된 채 자행됐다. 법조계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공수처법이 초법적이며 위헌적 요소가 있는 악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 법을 만든 이유에 대해, 공수처를 통해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를 원천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대통령의 ‘친위보위기관’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 후 지난 30일 시행된 세 번째 사면에서 불법폭력시위 노동계 관련자와 전교조 인사, 같은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대거 사면되었다. 그러나 경제인들이나 좌파성향 이념이 아닌 다른 집회로 처벌 받은 사람들은 제외됨으로서 형편성의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 정치학계의 대표적 학자로 불리는 최장집 교수(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월 9일 한 학술회의 기조강연에서 “민주화를 주도했던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뿐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 체제이다”라고 했다.
‘전체주의(Totalitarianism)’는 개인의 모든 활동은 오로지 전체, 즉 민족이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념 하에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고 억압하는 사상이나 체제를 말한다. 독일의 나치 체제나 소련의 공산당 지배체제 또는 스탈린의 스탈리니즘 등이 이에 속한다. 최교수는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진단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파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다”이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갈등이 첨예하다. 이념갈등, 노사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남녀갈등, 종교 갈등 등 갈등의 요소들이 너무 많다. 가정과 직장, 교회 안에도 갈등은 상존한다.
부부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은 물론 직장에서 상사 간의, 동료 간의 갈등이 있고,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와 성도간의 갈등, 성도들 간의 갈등도 있다. 이러한 갈등들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좌절하고 가정이나 직장, 교회 일반사회 전체가 병들게 된다. ‘갈등(conflict)’은 심리학적으로 “둘 또는 그 이상의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동기들이 동시에 일어나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갈등들은 심리적 불안과 좌절, 불쾌한 감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을 드러낸다. 결국은 파멸로 이끄는 요소가 된다. 정부나 정치 사회 종교 지도자들이 갈등으로 인한 파멸을 막기 위해서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며 최소화 시키고, 일치와 화해, 통합의 길로 국가사회를 바르게 이끌어야 할 이유와 책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갈등을 없애고 파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이해와 배려, 용서와 화해가 끊임없이 요청된다. 자기만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진영논리는 갈등을 해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켜 자멸의 길로 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경자년 새 해에는 국가 사회 안에서는 물론, 가정이나 직장, 교회 안에서 서로 이해와 배려, 용서와 화해가 넘쳐남으로서 갈등을 없애고, 모두가 더불어 참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