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리 뒷배(Background) 신성욱 교수
호랑이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보자. 지금껏 호랑이가 큰 소리로 포효하거나 저주파로 으르렁거리면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지 않은 짐승이나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사냥개들은 사냥감을 찾은 듯 사정없이 호랑이를 향해 돌진했으니 호랑이가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기독교 치유상담 전문가인 정태기 박사가 경험한 이야기이다. 그분이 미국에 가서 꿈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을 때 식사 초대를 받았다. 경남 충무에서 호텔업을 하다가 미국에 가서도 사업을 하던 강 집사란 사람의 초대를 받은 것이다.
사냥을 다녀와서 고기를 요리해서 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가서 보니 곰 고기와 사슴 고기가 있었는데, 전에도 맛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고기가 있어 무슨 고기냐고 했더니 호랑이 고기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거실에서 호랑이를 잡은 이야기를 비디오를 보면서 듣게 되었다. 강 집사의 형제가 키우던 사냥개들과 함께 눈이 많이 오던 날 사냥을 가는데 호랑이의 포효가 들렸다. 개들이 놀랄 줄 알았으나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고, 강 집사의 형제 두 사람은 총을 고쳐 잡고 호랑이의 발자국을 따라서 서서히 가고 있었다.
촬영하던 비디오는 거기서 끝났다. 그 다음 얘기를 들으니 개들이 짓는 소리가 주인들을 부르는 소리였다고 한다. 개들이 사정없이 짓고 있는 쪽으로 가보니 호랑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고, 사냥개들은 나무 아래서 호랑이를 향해 짖으면서 꼼짝 못하게 압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 위에 있는 호랑이를 쏘아서 떨어뜨렸는데 그야말로 황소만했다고 한다. 그때 기념 촬영을 해서 크게 보도된 지역 신문도 보여주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얘기 같은데, 고기 요리도 있고 지역에 보도된 신문까지 있으니 안 믿을 수 없는 생생한 사실이다.
개들을 보고 호랑이가 도망갔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개들이 호랑이를 보고 도망가지 않고 덤벼들었다는 건 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당시 호랑이와 개들의 심리 상태를 생각해보았다.
먼저 호랑이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보자. 지금껏 호랑이가 큰 소리로 포효하거나 저주파로 으르렁거리면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지 않은 짐승이나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사냥개들은 사냥감을 찾은 듯 사정없이 호랑이를 향해 돌진했으니 호랑이가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순간 호랑이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 놈들이 겁 없이 내게 덤벼드는 걸 보니 분명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거야. 그 누군가는 엄청 겁나는 사람이 틀림없을 거야. 벼락 같이 무서운 소리를 내는 막대기 같은 걸 손에 들고 있을 텐데, 그 막대기에서 불을 뿜듯 나오는 뭔가에 맞아 죽은 동료나 부모 호랑이가 한 둘이 아니었지. 빨리 도망가자!’
틀림없이 그래서 겁을 먹고 나무 위로 도망을 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엔 사냥개들의 심리 상태를 생각해보자. 호랑이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고 오줌을 싸야 할 개들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짐승이 있다 해도 겁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사냥개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 뒤에 따라오는 주인이 총으로 쏴서 죽이지 못한 짐승은 여태껏 없었어. 상대가 호랑이라도 겁날 것 없어!’ 분명 사냥개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기초로 해서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쫓았으리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 깨나 하는 축에 속했다. 3년 동안 우리 학교의 싸움 짱이 같은 반에 있었다. 나랑 성이 같은 일가이고 내가 공부를 잘한다 해서 싸움 짱이 특별대우를 했다. 그러니 누구도 나를 건드리질 못했다.
내가 주로 공부만 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바로 옆 반의 학생 하나가 점심시간에 우리 반에 놀러왔다. 그 애는 짱 다음으로 싸움을 잘하는 아이였다. 친구와 분필닦이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내 뒤에 있는 친구한테 던진다는 게 그만 내 가슴을 치고 말았다.
검은색의 겨울 동복을 입고 있는데 분필가루가 묻어 있는 지우개가 내 가슴에 떨어져 교복이 하얗게 되고 내 얼굴까지 분필가루가 날아들었다. 순간 난 치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래서 분필 지우개를 그놈한테 다시 던져버렸다. 하필이면 그 녀석의 코와 입 부분을 정통으로 가격해버렸다. 그 순간 “이 새끼가!” 하면서 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피할 겨를이 없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이 새끼가!”라는 더 큰 소리가 들리더니 주먹으로 나를 가격하려는 그놈을 향해 의자가 날아들어 그놈이 내 자리 앞에서 퍽 고꾸라지고 마는 것이었다.
누군가 하고 돌아봤더니 나를 특별대우 하던 싸움 짱이었다. 내가 앉은 줄 맨 뒤에 앉아 있다가 그 광경을 보고선 나를 보호하려고 의자를 던진 것이었다. 쓰러진 녀석이 싸움 짱의 호령에 기가 죽어 일어나더니만 자기 반으로 돌아가 버렸다.
나도 깡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먹을 쓰는 애들과는 부딪칠 일이 없었다. 그들과 문제가 생기면 나만 손해를 보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놈에게 분필 지우개를 던졌을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싸움 짱 말이다. 내 든든한 빽.
그 애가 내 반에 나 가까이 있는 한 학교에서 나를 건드릴 놈은 한 놈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년 다윗이 사울왕도 쩔쩔매고 덤비지 못했던 골리앗을 향해 도전한 이유가 무엇일까? 무식해서였을까, 아니면 교만해서였을까?
둘 다 아니다. 하나님의 약속과 그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믿음은 어느 정도인가? 나는 과연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굳게 신뢰하며 살고 있는가? 사냥꾼보다 더 위대하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데 사냥개가 주인을 믿고 호랑이에게 돌진하는 것보다 우리의 믿음이 더 작다면 어찌 되겠는가?
싸움 짱과 비교가 안 되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는데 내가 싸움 짱을 믿고 담대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더 작은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살다 보면 우리 앞에 수없이 많은 난관과 장애물들이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기죽지 말고 우리의 영원한 뒷배(background) 되시는 하나님 한 분만 굳게 신뢰하며 믿음으로 승리해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이다.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