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위한 요한계시록(6) 장신대 김태섭 교수
계시록은 로마제국의 박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과거의 내용과 아울러 계시록은 주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미래적 비전을 제시한다. 따라서 계시록의 독자들은 과거주의적 관점과 미래주의적 관점을 균형있게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호까지 우리는 요한계시록의 장르(genre)와 상황(context)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계시록을 해석하는 관점(view)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계시록을 어떠한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관점으로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과거주의적 접근(preterist view), 미래주의적 접근(futurist view), 역사적 접근(historicist view), 이상주의적 접근(idealist view). 계시록의 독자들은 이러한 관점들을 살펴보고, 건강한 해석학적 관점을 모색·견지할 필요가 있다.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관점들(views)
먼저 과거주의적 접근은 계시록을 ‘로마제국의 멸망에 대한 예언’이란 관점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계시록의 저작 목적도 ‘주후 1세기 성도들이 로마제국의 박해를 견뎌낼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첫째 우리가 계시록의 장르(genre)를 다룰 때, 언급한 바와 같이 계시록의 형식적 장르는 서신(epistle)이다. 따라서 주후 1세기 당시 아시아 일곱 교회 성도들이 수신자이기 때문에, 오늘날 계시록의 독자들은 주후 1세기 상황을 제쳐두고 계시록을 해석할 수 없다.
다만 로마제국의 멸망을 끝으로 계시록의 의미가 끝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계시록은 주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 등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미래적 비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래주의적 접근은 ‘계시록 4장 이후 전부가 재림 직전에 있을 미래적 사건들에 대한 계시’라는 주장이다. 계시록 2-3장은 주후 1세기 소아시아 교회들에 대한 말씀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과거의 내용으로 보더라도, 계시록의 나머지 대부분은 아직 성취되지 않은 미래적 사건들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휴거주의자들은 계시록 4-5장을 ‘교회의 휴거를 예언’(그리스도의 공중 재림), 6-11장을 ‘전(前) 환난 3년 반’, 12-19장을 ‘후(後) 환난 3년 반’, 20장을 ‘그리스도의 지상 재림과 천년왕국 건설 및 백보좌 심판’, 계시록 21-22장을 ‘새 하늘과 새 땅의 건설’ 등 계시록 대부분을 재림에 임박해서 일어날 미래적 사건들로 해석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과거주의적 접근과 대척점에 있는 해석이다.
셋째, 역사적 관점은 계시록을 ‘해석자의 시대에 이르까지 있어왔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암호’로 본다. 다시 말해서, 계시록을 ‘인류 역사의 시간표’로 보는 관점인데, 예를 들어 무슬림들의 로마침공, 교황권의 타락, 종교개혁,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출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계시록에 이미 암시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관점은 해석자의 시대에 일어나는 사건들과 계시록의 내용을 결부시키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80년대에 동구권 기독교계는 미국 대통령 레이건(Ronald W. Reagan)을 계시록의 666과 연결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IT업계의 대부 빌게이츠(Bill Gates)를 666으로 지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컴퓨터 바코드나 베리칩(VeriChip)을 666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해석은 흥미롭지만, 해석자에 따라서 계시록을 주관적 내지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단점이 있다.
넷째, 이상주의적 관점은 계시록을 ‘선과 악 또는 하나님과 사탄의 끝없는 대결을 다양한 상징적 사건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계시록은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과는 상관없는 상징적 내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톨킨(J. R. R. Tolkien)의 소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를 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은 실재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과는 무관하다. 이는 단지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펼쳐낸 소설일 뿐이다.
이와 유사하게 이상주의적 관점은 계시록을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주제를 ‘묵시적 상상력을 통해 펼쳐낸 이야기’로 이해한다. 그러나 계시록을 역사와 무관한 소설 정도로 이해하는 이상주의적 관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계시록을 해석을 4개의 관점들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역사적 관점과 이상주의적 관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관점은 해석자에 따라서 지나치게 주관적인 단점이 있고, 이상주의적 관점은 계시록을 역사와 무관한 묵시적 소설이나 신화 정도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계시록은 로마제국의 박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과거의 내용과 아울러 계시록은 주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미래적 비전을 제시한다. 따라서 계시록의 독자들은 과거주의적 관점과 미래주의적 관점을 균형있게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