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근로자 인정 대법원 판례로 본 부교역자의 현실
1심은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어렵고, A의 업무는 교회에 대한 봉사 활동이며, A가 받은 돈은 근로 대가가 아닌 사례비다"라고 제시했다.
교회, 부교역자가 부족하다 최근 부교역자 근로자 인정 법원 판례로 본 부교역자의 현실
2023년 8월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전도사는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기 때문에 한국 교회에게 주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해당판결의 내용을 살펴본 후 한국교회가 이 판결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이 사건의 초심(1심)인 춘천지방법원은 담임목사와 전도사 A가 고용주와 근로자의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는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어렵고, A의 업무는 교회에 대한 봉사 활동이며, A가 받은 돈은 근로 대가가 아닌 사례비다"라고 제시했다.
그 반면에 2심 재판부는 전도사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 이유는 "A가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았고, 교회에서 받은 돈은 근로 대가로 지급된 것이다"라고 제시하였다. 이러한 2심 재판부의 판결내용을 대법원이 수용하여 전도사 A가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그 동안의 법리 해석을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평가되며, 이번 판결로 전도사의 열악한 사역 환경에 대해 한국교회가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일반 사업체와 다른, 교회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사역현장에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제하에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필자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려 한다.
첫째는 '이번 판결이 모든 전도사에게 확장해서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도사 A가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았는 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결의 기준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전도사의 근로자성을 좀 더 긍정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전도사가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 판결에 부합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러한 단정적인 판단은 본 사안의 본질을 왜곡할 위험성이 있다.
둘째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부목사에게도 확장해서 적용될 수 있는 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이 전도사의 근로자성에 대해서 긍정한 만큼 부목사의 근로자성 또한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도사의 경우와 같이 담임목사와 부목사 혹은 교회 당회와 부목사와의 관계와 일하는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한국교회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필자는 부교역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리적인 접근방식도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회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2가지를 한국교회에 제안하고 싶다.
먼저는 교회 공동체의 의식전환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연합하는 공동체이다. 만약, 전도사를 포함한 부교역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미치지 못한 처우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랑으로 연합해야 하는 교회 공동체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오히려 근로자성 여부를 떠나 어떻게 하면 전도사를 포함한 부교역자에게 적어도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이상으로 처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더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부교역자 또한 재정적인 자립이 어려운 개척교회가 다수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고려하여 교회 공동체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상 기준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양보하는 모습도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계약서의 작성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절대 다수의 한국교회는 아직도 부교역자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부교역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한국교회에 광범위하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계약서가 모두 근로계약서일 필요는 없다.
지면관계상 복잡한 법리를 여기에서 논하기는 어렵지만, 부교역자와의 관계와 사역의 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계약서의 성격과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부교역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교역자의 처우를 최소한의 기준인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보다는 잘해주려고 노력하겠다는 교회 공동체의 의지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셔서 언약을 맺어주셨던 것처럼 교회 공동체도 부교역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출처 : 글, 정광일 노무사/FAIR 인사노무컨설팅 대표
사례
강원도 춘천시의 한 교회에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사역하고 사임한 A전도사. 그는 퇴직 후 시간 외 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 합계 7686만3670원과 퇴직금 1722만3378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목사 B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1심에서는 B목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B목사에게 벌금 7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B목사는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근로자로 인정한 2심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A전도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