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문화’, 진입 어렵다”…탈북민들이 본 한국교회

2015-10-25     김민정 기자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해야 할 노력들은 분명히 있다. 탈북민 사역도 그 중 하나다. 한목협이 주최한 열린대화마당에서는 탈북민 사역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했다.

“탈북민은 통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적임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22일 오후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미리 다가온 통일, 탈북민 사역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30차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했다. 북한군 심리전방송요원 출신인 주승현 박사(명지대 외래교수)는 통일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통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라면서, 탈북민들이 그 역할을 감당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탈북민들은 남북한의 통합과정에서 갈등과 충돌을 중재하고 이질감과 적대성을 해소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 박사는 “대다수의 탈북민들은 지금도 북한과 전화통화, 서신연락, 송금 등으로 북한 내 가족, 친지들과 소통하고 있고 외부정도 전달 등을 통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북한 내부에 확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0년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의 이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북한 주민들이 통일국가에서 화합하는 것이 분단의 고통보다 어려울 수 있다”며 “남북의 끝없는 적대성 속에서 북한사람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북한에 정착시킬 사람은 탈북민뿐”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주 박사는 통일국가의 차세대 리더가 될 탈북청년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와서 유연한 사고로 선진교육을 습득하고 시장경제 체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탈북청년들을 한국사회가 통일지도자로 키우느냐, 아니면 외면하느냐에 통일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도 말했다.

교회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교회가 통일 후 복음을 전파하려면 탈북민 출신 사역자들을 앞세우지 않고서는 기독교를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보는 북한 지역에 교회가 들어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교회는 부유한 사람들만 가는 것 같다고?
“우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교회는 부유한 자들만이 가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언제나 가르치려 든다.” “함께하고 같이 나누고 싶은데,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 “교회직분을 받는 데 장벽이 너무 높다.” “교회 용어가 낯설고 그들만의 문화에 진입하기가 어렵다.” 교회에 다니는 탈북민들이 하는 이야기다. 하광민 박사(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전 사무총장)는 탈북민을 품으려면 그들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물질 후원 중심이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탈북민 품기는 단기간의 사역이나 일회성 행사로 마치곤 한다”며 “적어도 3~5년 정도의 기간으로 접근하되, 단기적 사역에 이용하거나 행사 위주로 탈북민들을 동원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관계, 정서적 후원, 실제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물질 후원 등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교회적으로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탈북민들을 위한 작은 후원그룹을 만들거나 기도모임을 활용하고, 탈북민을 섬기는 부서를 만들어 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가 연합해서 통일선교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 박사는 “통일 시 향후 10년 정도는 북한 지역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관리체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종교계 역시도 정부관리체제 하에서 왕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한국기독교는 하나의 기구를 통해 북한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해서는 통일정책을 논의하고 의결할 연합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일 과정에서의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로드맵과 그 후의 과정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우선 각 교단 내에서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위원회나 팀을 조직 내지는 재정비해서, 교단 내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거나 양성하여 교단에 맞는 전략을 생산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