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재능은 성적순으로 평가할 수 없다. 신성욱 교수
상태바
(외부칼럼) 재능은 성적순으로 평가할 수 없다. 신성욱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01.24 2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연습하는 걸 너무도 좋아했다. 이제 그 아이를 ‘산만 증후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바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질리언 린(Gilian Lynne)”이다.
그녀에 의해서 “캣츠”(Cats),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등과 같은 멋진 뮤지컬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질리언 린(Gilian Lynne)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 문제의 8살 여자 아이가 있었다.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그 아이는 1학년 초부터 선생님의 골머리를 아프게 했다. 떠드는 건 예사고 숙제를 해오지 않을 뿐더러 성적은 늘 꼴찌였다. 그 아이는 소위 ADHD(산만 증후군)가 심한 아이였다.

Like Us on Facebook

담임선생님이 몇 번이고 야단을 치고 얼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부모님에게 편지를 썼다. 이 아이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으니 특수학교에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은 아이 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 날 아이를 곱게 차려 입게 하고는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아이는 혹시 자기를 특수학교에 보내지를 않을까 겁이 더럭 났다. 어느 건물로 간 아이는 어떤 남자로부터 소파에 조용히 앉아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곤 한참 있다 어머니와 아저씨는 할 얘기가 있어서 나갔다 올 테니 그동안 얌전히 있으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나가면서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틀어 놓았다. 그리고는 어머니에게 조그마한 구멍으로 아이를 보게 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기 아이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춤을 잘 추는 것이었다.

바로 그 때 남자 상담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는 춤에 많은 재능이 있는 아이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게 한 것이 도리어 이 아이에게는 고통입니다.”

어머니는 너무도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댄스 연습실에 갔다. 처음 들어간 연습실은 모두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못 견디는 사람들처럼 아이와 똑같은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처럼... 그 아이는 너무도 재미가 있어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춤을 추었다.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연습하는 걸 너무도 좋아했다. 이제 그 아이를 ‘산만 증후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바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질리언 린(Gillian Lynne)”이다. 그녀에 의해서 “캣츠”(Cats),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등과 같은 멋진 뮤지컬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필자 신성욱 교수

스티브 잡스도 '산만 증후군'이었다. 빌게이츠도 휴학을 하며 심리 치료를 받았다. 소심한 성격과 여자 앞에만 서면 부자연스러워지는 워린 버핏도 언어 치료를 받았다. 단점만 보면 모두 문제아로 전락될 뻔한 사람들이지만 장점을 보고 그 장점을 잘 부각시켜 인생을 대성공으로 이끈 사람들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통신표 공란에 기재한 내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주의가 산만함’, ‘말장난이 심해서 자주 혼남.’, ‘장래성이 보이지 않음.’ 등등.

하루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어가 떠올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게 사실이고, 수업 시간에 말장난(word play)으로 친구들을 웃겨서 선생님께 참 많이 얻어맞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 담임선생님들과 친구들은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는 자체를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난 지금 목사가 되었고 박사와 교수가 되었다. 당시 시골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기 360명 중 목사나 박사나 교수가 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신기해한다. 공통적인 반응은 “욱이 네가?”이다. 물론 이젠 모두가 인정하고 격려해준다.

어린 시절 창의력과 말장난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남들을 웃긴 것도 알고 보면 다 하나님이 주신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다른 재능들이었던 것이다.

그 재능들이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쓰고 책을 쓸 때 유용하게 활용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과 사명은 각기 다르다. 공부 잘하는 것만이 최고는 아니다. 모두가 공부 잘해서 1등 한다면 2등이나 꼴찌는 누가 한단 말인가? 모두가 손흥민처럼 축구 잘한다면 그를 칭찬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전부 피아노 잘 치면 피아니스트가 왜 필요하겠는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주의가 산만하다’고 찍힌 독일 아이가 커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케이스도 있다.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자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그 일을 행함에 스스로 만족도도 높고, 대가지불도 제대로 받는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부디 우리 아이들을 공부로만 판단하지 말고, 그들이 가장 신바람 나게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일에 멍석을 깔아주는 그런 부모와 교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이다.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