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는 누구인가? 노인이 된 목회자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노인과 노화, 노년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지식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개인의 건강한 정체감은 자기 인식과 공공인식 간의 균형과 일치감에서 비롯되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 정체감은 개인의 심리사회적 안정과 건강에 중요한 요인이다.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엇은 즉 안을 것이요 품을 것이요 구하여 내리라 (이사야 48 :4)
은퇴와 은퇴 목회자
은퇴는 산업화에 따라 직업의 분업과 전문화가 이루어지면서 생긴 개념이다. 즉 산업사회에서 일정 업무 수행의 부적합 여부를 그 사회가 규정한 특정 사회적 연령에 달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일터에서 물러나게 강제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은퇴는 어떤 형태이든 노동과 근로 현장에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의미 있는 생애 사건이다.
‘은퇴한 목회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지위는 매우 절대적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1세대 교회의 담임 목사는 하나님의 종으로 소명을 받고 교회를 개척하고 목양에 전념하였다.
이들의 일은 노동이나 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 응답 혹은 헌신으로 간주 된다. 따라서 이들은 교회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드리는 사례비와 생활비를 받으며, 세상에 속한 노동이 아니므로 비과세로 인정받았다.
사례비와 상관없이 목양과 복음 전도에 전념하는 것이 진정한 목자로서의 미덕이었으며, 이들의 소망은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속한 것으로 은퇴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다. 담임목사의 소명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원로 목사로 예우되고, 노후의 삶은 일정 부분 교회의 지원으로 유지 혹은 보장되었다(물론 대다수의 미자립교회의 경우는 예외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1세대 담임목사들이 교회를 건축하거나 부흥시킨 장본인으로 교회와 교인들과 목사의 애착과 신뢰도는 매우 높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사회적 위험으로서 고령화, 양극화,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교회의 위기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전환과 급격한 변화들은 목회자와 교인 개인은 물론 교회 공동체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면서, 위험의 원인이 개인보다 사회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전환적 위기로 신사회적 위험이라 명명하였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사회로의 전환은 우리 삶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할 위험요인이다. 미래학자들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의 진전은 노인 문제를 넘어 저 성장사회로, 그리고 공동체와 지역의 붕괴와 소멸로 귀결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인류는 이제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로, 선험적 지식과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직면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삶의 방식을 재정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학적 변화는 교회의 고령화로 귀결되며, 교회의 고령화는 전체 인구 고령화 속도보다 더 빠르다(2015, 인구센서스 조사). 지난 10 여 년 간에 걸쳐 주일 학교 학생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농촌교회의 경우 더 심각하며 초등학교 폐교와 더불어 주일 학교도 없어지고 있다.
물질 만능 가치관과 개인주의의 팽배는 현대인의 탈 종교화를 가속화하고, 특히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평가들로 인하여 교인 이탈율이 높아 교회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대형교회와 미자립 교회의 양극화, 도시와 농촌교회의 양극화, 교인들의 경제사회적 속성의 양극화 등 교회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은퇴 목회자: 정체성과 현실
은퇴 목회자는 누구인가? 노인이 된 목회자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노인과 노화, 노년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지식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개인의 건강한 정체감은 자기 인식과 공공인식 간의 균형과 일치감에서 비롯되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 정체감은 개인의 심리사회적 안정과 건강에 중요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목회자들은 신앙인으로서의 자기 인식과 생활인으로서의 자기 인식에 상당한 괴리를 갖고 있으며, 이는 목회자로서의 역할 축소 혹은 변화에 대한 반응이나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낮은 보수, 비전문적 ‘믿음경영’으로 인한 교회 경영의 어려움, 넉넉지 못한 재정, 사회적 비난 감수, 불확실한 미래 보장, 현실 세계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인지부조화와 갈등을 내재한 채로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 오랫동안 목회현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점차로 지난 40여년간 급성장했던 교회가 점차로 성장이 둔화되고, 헌금 감소로 건물은 있어도 유지활동비 부족, 연로한 원로목사와 신임 담임목사 사례비문제로 인한 재정문제 등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은퇴 목회자의 은급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 고령화는 곧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고령화, 교회의 저성장과 지속가능성의 위기 등으로 나타나며, 은퇴 목회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처우 문제는 교회가 해결해야 할 몽니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은퇴 목회자들의 적응과정과 처우 등에 관한 실증적 연구나 사례연구는 많지 않다. 은퇴 목회자의 은퇴 후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생활 경험에 대한 연구들은(김종선, 2013; 손의성, 2013; 권지성, 2017) 은퇴 후 경제적 지위의 변화와 소득감소가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 건강, 사회활동과 같은 요인들도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권지성(2017)의 연구는 은퇴 목회자들의 심리 사회적 변화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회자들은 은퇴 준비과정에서 역할 축소와 상실과 관련한 허탈감, 갈등을 경험하며, 은퇴 후 초기 적응과정에서 재정적 변화, 가족관계 및 정체감 혼란 등으로 인한 심리 정서적 위축과 우울 등을 경험하였다.
그 이후 은퇴 후 다양한 경험을 수용하면서 관계와 삶을 재정립하려고 노력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은 일반적인 은퇴 과정과 유사하다. 다만 목회자들은 자신의 은퇴를 이중잣대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어 정체감의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은퇴 목회자의 은퇴 후 거취와 예우와 관련된 규범화된 제도가 부재한 현실 속에서 은퇴 목회자들은 전임 사역교회의 은급 정도를 인생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대해석하면서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자괴감, 상실감과 분노를 경험하기도 한다.
시사점
은퇴 목회자가 경험하는 문제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복합요인의 작동 결과로 보인다.
① 은퇴 목회자들은 자신에 대하여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인식과 평가를 하는 오류에 있을 수 있다. 즉, 영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적세계(비물질세계)를 추구함과 동시에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현실에 대하여 혼재된 인식과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는 공적 공간에서의 목사로서의 정체감과 사적 공간에서의 생활인으로서의 정체감을 이분화하여 인식하기 때문이다
② 목회자들은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보수체계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목양과 목회행정과 같은 업무에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은 물론 동일 업종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따라 보상의 격차가 너무 큰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③ 종교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과세 정책의 특성에 의한 문제이다. 목사직에 대한 해석차이, 근로에 따른 임금과 소명에 따른 사례비로 구분되는 종교인 과세의 불완전성은 결국 미자립, 영세 교회의 목회자들을 공적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④ 목회자들의 생활과 업무특성 상의 폐쇄성, 위계적 관계특성, 일방성은 관계의 다양성이 결여된 빈약한 사회적 관계망으로 인한 고독과 무위, 사회적 결여, 행복감 저하의 기본이 된다.
⑤ 1세대 목회자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신앙적 특성으로 현재 은퇴에 직면한 원로목사들에 대한 교회의 이중적 부담은 일시적일 수 있다.
은퇴 목회자의 복된 노후를 꿈꾸며..
은퇴 목회자들의 노후의 복지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① 공적 제도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소득보장제도의 활용 : 노후 경제수준에 따라 직접적 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 중 임의가입제도 자격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적으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공적부조로서 기초연금의 대상소득기준이 상향 조정되었으므로 확인하고 신청해야 한다
고용보장으로서 제공되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소득창출효과보다는 사회적활동을 촉진하여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건강수준을 유지 향상하고자 하는 이차적 목적이 매우 주요한 정책이다. 따라서 마음을 열고, 자신의 역량과 취미에 맞는 영역의 사업에 적극 참여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양한 건강보장 및 주거보장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혹은 지역보건소, 주민생활지원센터 등의 홍보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 시민사회활동 등의 다양한 공적 모임에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매우 유의미한 은퇴 목회자들이 참여해야 할 분야이다. 새로운 목회현장으로 지경을 넓힐 수 있다
② 나이듦에 대한 재조명과 건강한 자아존중감 자아효율감을 재정리한다
나이가 드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며, 노화과정은 상실과 변화의 위기는 정상적이다
현대의 장기화된 노년기는 노후의 의미있는 삶을 위한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한다
③ 이전 것을 적극적으로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를 힘써야 한다
세상의 염려와 두려움을 도려내고 버린다. 이전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도려내고 버린다. 변화된 지위와 상황과 처지를 인정하고 익숙해지되, 건강한 시각으로 재조명 명명한다. 새로운 나와 세상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으려고 노력한다.삶의 법칙을 더 적극적으로 바꾼다 : To have에서 To share법칙으로 바꾼다. 마음과 생각을 나누고, 몸과 힘을 나누고, 물질과 시간과 재능을 나눈다
우리 사회의 교회는 세상의 두려움과 세상 법칙이 교회의 하나님 법칙을 덮어버린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평생 주님을 위해 일한 자들이 공평한 잣대로 노후를 안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교회의 합리적인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교회 운동이 위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필자가 꿈꾸는 참된 교회는 태어남-성장-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그 교회는 세상 법칙과는 다른 하나님 나라의 원칙이 적용되어 통전적 케어가 제공될 수 있는 곳으로 마음놓고 늙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의미있게 끝까지 쓰임을 받으며 나이 듦에 대한 하나님의 선한 계획을 세상에 보여주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교회는 전 세대 남녀노소가 지혜롭게 늙고 행복과 자존감을 누리는 법을 준비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교회의 법칙이 세상에 스며들어야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노인이 된 목회자가 이중적 잣대로 자신을 재단하고 정체감 혼란으로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 :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김혜경 교수. 한국복음주의협의 5월 월례회에서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