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이 풍성했던 늦가을 들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추수가 끝난 지금 무엇인가 허전함과 외로운 적막감마저 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들녘에서 얻은 수확을 통해 서로 나누고 돕는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이처럼 계절을 따라 각양각색의 채소와 열매들을 거두게 하심으로 건강하고도 활력 있는 생활을 영위토록 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이 넘치는 평화의 질서 앞에 우리는 모두 감사가 담긴 겸허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금년 국가경제가 어렵고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정치와 사회적으로도 여론이 양분되어 혼란과 혼탁함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금년 한 해를 보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의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들을 맺어야 할 것이다.
감사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 중 하나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도 한센 병에서 놓임 받아 건강을 회복한 열 명의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 되돌아와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려 감사할 때, 깨끗함을 받은 사람 중 '아홉은 어디 있느냐' 물으시며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 하시고,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눅17:18,19) 하신 말씀이 있다.
이 사건을 통해 감사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요. 믿음을 가진 자는 마땅히 감사의 신앙을 소유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8)고 기록하여 교훈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건적인 감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경향이 많다. 자기에게 유익하고 득이 될 때만 감사하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불평하고 불만을 표출한다.
그 결과 사회는 상호 다툼과 분쟁이 심해지고 양극화 상황이 일어난다. 감사는 신앙의 척도이며 인격의 수준을 드러낸다. 환난과 시련, 고통과 절망 앞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성경의 인물 욥이 위대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곤욕과 질고를 당하면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탐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1620년 신대륙을 향해 떠났던 청교도들이 65일 동안 물과 식량이 떨어져 가는 절망의 순간에도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것은 감사신앙이었다.
그들은 신앙의 자유를 위해 이곳까지 찾아 온 것을 감사했고, 추위와 식량부족은 물론 전염병과 풍토병으로 102명 중 44명이 생명을 잃은 중에도 그간 베푸신 은혜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했다. 원주민들의 도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착한 곳에 성전을 세우는 일이었고, 그곳에서 원주민들을 초청하여 추수한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며 감사의 예배들 드리는 일이었다. 신대륙 아메리카가 세계에서 복을 받고 현재에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의 감사신앙이 후대로 전수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감사신앙은 환난과 시련 가운데서도 인생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후대까지도 복을 받는 원천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잊지 않고 찬양하며 말씀을 순종하는 의로운 믿음의 삶을 살게 함으로서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중요한 신앙적 요소가 된다.
오늘 이 시대 신앙적 위기의 원인은 감사신앙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외국 선교사들에게 복음을 전해 받은 날부터 감사가 넘쳤던 교회이다. 환난과 핍박 가운데서도 살아 있는 감사신앙으로 인해 교회가 든든히 세워졌고 부흥했다. 그러나 오늘 날 교회 안에 감사가 사라지면서 세속화의 물결 앞에 교회들이 영적 권위와 능력을 잃고 사회의 선도자가 아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 대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있었던 탈북자 모자와 성북동 네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적 사건은 행정기관의 사회안전망 시스템의 부실이라 말하기 전에 교회가 그들의 이웃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오늘 한국교회는 물질로는 부요하나 사랑과 감사가 메말라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고통당하는 이웃이 곁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고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함으로 인해 사랑과 감사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감사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감사신앙은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며 겸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신학자 W. TEMPLE은 “미래의 축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 보다 지금까지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영적생활에 더 큰 진보를 가져다준다.”라고 하였다.
금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우리 모두가 감사신앙을 회복하여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에 감사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힘쓰자. 그리하여 교회와 성도들 모두가 풍성한 믿음과 감사가 넘침으로 인해 ‘하나님 경외와 이웃 사랑’의 공동체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글 본사 주필 이규곤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