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교주 이만희)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략전도’로 불리는 치밀한 위장포교법이 있다. 탈퇴자들에 따르면 광주를 근거지로 하는 베드로지파가 이 포교법으로 소위 ‘대히트’를 친 후, 다른 11개의 지파가 이를 따라해 불과 몇만 명 수준이던 신천지 신도수가 약 15년 만에 20만 명을 넘어섰다.
모략전도의 가장 핵심 역할을 했던 곳이 바로 신학원(센터)이다. 신천지의 실체를 모른 채 전도되어 성경을 공부하는 이들은, ‘복음방’에서 한두 달 간의 교육을 거쳐 신학원에서 보다 심층적인 교리를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신천지의 이 같은 포교방법이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단위로 이뤄지는 신학원의 교육 방법이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교육부의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은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만희 씨를 비롯해 전국의 신천지 교육장 및 관리자, 강사를 학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복음방을 거쳐 신학원을 들어갔던 신천지 탈퇴자들은 한결같이 한 번에 많게는 1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기독교계에 침투했던 신천지 위장 언론 ‘초교파신문’의 광고국장 출신인 심효은(본명 심해정) 씨는 신학원을 처음 들어갔을 당시 “나처럼 성경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문제는 학생 중 절반은 순수하게 성경에 관심을 갖고 들어온 신입 학생이 아니라, 이들이 신천지 교리에 의심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기존의 신천지 신도들이라는 점이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이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잎사귀’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현행 학원법에서는 “10인 이상의 학습자(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기준으로 ‘학원’임을 표시하고 주소와 교습과정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전피연은 “신천지가 전도 대상들을 교육시키는 시설들이 100~200명을 대상으로 7만원 정도의 교육비만 받고 약 6개월간 수업과 시험을 진행하며 학원처럼 운영하지만, 교육청에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아 학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의 학원법 위반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학원법 위반으로 수원지방검찰청 등에 고발됐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해당 시설들이 교인들을 위한 교회 내부 종교교육 시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신천지가 교인들의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대구시가 교육생의 명단을 함께 요구하자, 신천지 측은 “이들은 정식 성도가 아니라 임의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뜻으로, 스스로 신학원이 학원법 적용 대상임을 밝힌 것이다.
전피연이 교육부에 이와 관련된 사항을 문의하자 “신천지 교육시설은 순수한 성직자를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고 불특정 일반인에 대한 교육기관의 형태를 띠고 있기에 학원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피연은 해당 교육시설이 정통교회를 표방하며 불법적으로 교단명과 마크까지 도용해 ‘위장 교회’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자회견 직후 전피연은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신천지의 문제점을 파헤쳐 온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치밀하게 기획된 관계 맺기부터 집중 세뇌 성경공부가 이뤄지는 위장센터의 연결고리는 신천지 포교의 핵심 과정”이라며 “신천지의 반사회성이 밝히 드러난 이 때가 재수사해 바로잡을 기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