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1조원 가까이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휴대폰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을 크게 아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조70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2014년 영업이익인 1조8251억원과 비교하면 6.4%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지난해 3월 실시한 1100억원 규모의 특별퇴직과 SK플래닛 등 자회사들의 사업확장에 따른 제반 비용지출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SK텔레콤 (216,500원▲ 500 0.23%)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3조5730억원으로 2014년보다 5180억원(14.5%) 줄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시장이 안정화 되면서 업체 간 과열 경쟁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보다 하루 앞서 지난해 영업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아꼈다. LG유플러스는 1일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1조9980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2조960억원을 쓴 2014년보다 4.7% 줄어든 것이다. 액수로 치면 980억원을 절감했다. LG유플러스 (9,300원▼ 270 -2.82%)도 ‘시장 안정화’를 마케팅 비용 절약의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29일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T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2조8130억원이었다. 이 회사의 2014년 마케팅 비용은 3조1520억원이었다. 1년 사이 3390억원(10.8%)을 절감한 것이다.
신광석 KT 재무실장(CFO)은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중저가폰을 도입해 왔다”면서 “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은 단통법이 일년내내 적용된 첫번째 연간 실적이다. 정부와 통신업계 관계자들이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 발표를 예의주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아낀 마케팅 비용을 모두 합치면 9550억원이 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면서 “하지만 과거 통신사들의 보조금 살포 경쟁이 지나칠 만큼 뜨거웠던 점을 고려하면 단통법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통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이동통신 3사는 자사 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을 펼쳤다. 보조금 규모가 큰 대리점을 빠르게 찾아내는 소비자는 신제품을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사기도 했다.
과열된 보조금 경쟁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정보 습득이 빠른 일부 소비자층이 보조금 혜택을 독식하는 일이 반복되자 정부는 2014년 10월 단통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단통법 시행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은 최대 33만원으로 제한됐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이전에는 이동통신 3사가 매년 8조원 이상을 보조금 명목으로 지출했다”면서 “지난해 통신사들이 설현·쯔위 등 인기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각종 판촉행사를 펼쳤어도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이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부담을 크게 줄여준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는 20% 요금 할인제도가 장기적으로는 통신사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최대 33만원의 단말기 보조금을 받거나 보조금 대신 통신 요금을 20% 할인받을 수 있다. 단말기 보조금은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공동으로 부담하지만, 20% 요금 할인은 통신사의 수익성에만 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