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정기소식지 '북한통신'을 발간하는 북한선교회 '미션로드(The Mission Road)'의 창립을 준비하면서, 북한선교 현장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선교라면 당연히 북한 국경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탈북, 인신매매, 북송 등 아주 위험하고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이 일대가 북한선교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선교의 외연이 크게 넓어지고 그 내면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선교는 북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해 왔다. 북한에 관한 모든 내막을 백일하에 보여주었다. 그것은 위급한 탈북민 구출을 감당하며 시작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은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그 과정에 브로커나 인신매매업자 등 낯선 사람들을 만났고 북송(北送)이라는 두려운 말도 들었다.
북한 보위부와 교화소·수용소가 얼마나 처참한 곳인가를 알게 되었다. 이 무렵 선교사들은 북한 권력자에 맞서 탈북자의 인권과 자유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고 북송 중단을 호소하는 시위에도 나섰다.
북한선교는 폭로와 울분으로 가득한 격동의 현장이었다. 3만 명에 육박하는 탈북자들이 저마다 쏟아내는 이야기는 눈물과 분노를 낳았다. 이 북한을 어찌해야 하는가? 하지만 격한 감정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저마다 차분하게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북한의 체제를 냉정히 들여다 보며 현실을 헤아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선교사들은 북한에 성경을 전하고 국경을 넘어온 탈북민들을 구출하는 일에 몰두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그렇다고 이 사역을 그만두었다는 말은 아니다. 전문적인 기술과 돈이 투자되면서, 성경 반입과 탈북민 구출은 더욱 정교해지고 대범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전략상 두 가지의 환경적 변모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북한선교의 외연이 훨씬 넓어진 점이다. 북중 국경에서만 노닥거릴 수는 없다. 북한선교의 현장은 이미 넓게 퍼져 있다는 새로운 현실을 발견한 것이다. 선교의 대상을 한국에 온 탈북민들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중국·러시아·몽골로 떠나간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탈북민들은 적어도 30만 명을 넘는다.
게다가 북한을 돌아가야 할 고향으로 생각하는 또 하나의 집단이 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 북한을 떠나 연해주 일대에서 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된 50만 명의 고려인들이다. 이들 역시 넓은 의미의 탈북민들이다. 이들을 포함하면 북한 인구 30명당 1명 꼴로 탈북한 셈이다. 따라서 북한선교의 영역은 남북한에서 유라시아 일대까지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 북한선교의 내면이 더욱 깊어진 점이다. 이것은 북한 내부에서 형성되는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중요한 현상은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삶의 현장을 기피하고 탈북을 시도하기보다는, 자기 삶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새로운 트렌드가 일어난 점이다.
그래서 환경이 극악한 형편이지만,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내 가족과 내 이웃을 지키는 믿음의 용기를 가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지 선교사들도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북한선교는 북한 내부 깊은 곳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선교 환경의 이러한 변모는 북한 내부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장마당이다. 전국에 1,000여 곳에 달하는 장마당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자립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또 자유세계의 문물을 접하면서 기존의 수령 중심 가치관이 달라지고 당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이용되는 380만 여 개의 핸드폰을 주목해야 한다. 기능적 제한이 있지만, 순간적 통화의 위력은 속박받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깨뜨렸고, 색다른 자유를 안겨 주고 있다. 결국 장마당과 핸드폰은 계속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훈련하며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선교도 환경 변화를 이용하여 더 세련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 북한의 장벽이 높아갈수록 선교 전략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그것은 이제 일어나기 시작한 북한 주민의 선한 욕구에 복음적 비전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즉 북한 형제들이 어디에 있든지, 그들이 있는 곳에서 복음의 사람이 되고 북한을 변화시킬 지도자가 되려는 욕구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장마당 사업을 도와 부자가 되게 하고, 당 사업을 도와 훌륭한 경영자가 되게 한다. 저마다 욕구를 충족시키며 하나님께서 주신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도록 후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선교의 새로운 영역과 역할이 있다. 그 핵심은 복음으로 성령을 체험하게 하고 자기 분야에서 하나님의 아들로서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선교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분야마다 새로운 선교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선교사들은 저마다 독특한 라인을 구축하여 북한 내부와 교통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보이며 북한을 변화시키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현장 사역자들은 통일시대가 급격히 다가오고 있다는 놀라운 현실을 실감한다. 하나님의 섭리로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 의식이 깨어나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통일의 지도자들이, 또 지도자들의 큰 비전이 북한은 물론 유라시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북한선교의 새 길이 열리고 있다. 출처 : 김창범 미션로드 대표, 북한통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