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동국대 법과대 교수)가 28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수여하는 제3회 북한인권상을 받게 됐다.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먼저 한반도 통일과 인권을 위한 변호사 모임, 한변의 창립 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요즘처럼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자유민주주의가 실종되고, 국가가 국가이기를 포기한 상황에서 저는 가끔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 한변이 없었다면 작금의 이 현실은 훨씬 더 끔찍하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악화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한변의 변호사님들과 대표이신 김태훈 변호사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물망초를 제3회 북한인권상 수상자로 결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저와 우리 물망초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막중한 책임감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아주 작고 볼품없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사라져가는 꽃 물망초는 ‘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며 “신산했던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역사의 수레바퀴에 올라타지 못하고 버려지고 잊혀진 분들, 지금도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을 ’이제라도, 기억하고, 늦었지만 그분들을 돕는 일을 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면 그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이라도 해보자‘라는 작은 생각에서 100여 분의 평범한 분들이 모여 시작한 것이 바로 사단법인 물망초”라고 소개했다.
이어 “물망초가 시작한 일은 지금, 여기, 우리 곁에 와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 일이었다”며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가가 바로 우리 동족이 살고 있는 북한,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인 북조선이다. 그 인권실태를 온 몸으로 증언해 주는 탈북자들 수 십 만 명이 국내외에 존재한다”고 했다.
또 “동시에 물망초가 더 깊이 열정을 쏟은 분야가 바로 국군포로 문제”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박 이사장은 “1994년, 조창호 소위가 서해바다를 통해 탈북해 왔다. 며칠 전,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총살되고 소각된 바로 그 바다를 통해 조창호 소위가 배를 타고 탈북해 온 이후 80분의 국군 포로분들이 우리 곁으로 탈북해 오셨다. 그러나 국민은 잘 모른다. 정부가 애써서 이분들의 존재를 가리고 있다.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평균 연령 90세인 이분들은 매년 외롭고 쓸쓸하게 이승을 떠나가고 계신다. 지금 생존해 계신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은 겨우 22분”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들에게는 숱한 돈이 쏟아지는데, 6·25 전쟁 때 조국을 수호하겠다고 책가방을 벗어 던지고 전쟁터로 나갔다가 인민군과 중공군의 포로가 되었던 분들은 기억조차 하려들지 않는다.
이분들은 조국이 구해주리라 생각하며 기다리다 못해 50여 년이 지나서야 70세라는 나이의 노구를 이끌고 스스로 조국을 찾아 탈북해 오셨다”며 “이분들은 적지를 살아 돌아온 영웅들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는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무관심과 냉대뿐”이라고 한탄했다.
박 이사장은 “이분들을 위해서 물망초는 국군포로신고센터와 국군포로송환위원회를 설치했다. 포로문제는 국내법만이 아니라 국제법에 따라서도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5년, ICC에 제소도 했다. 국내법원에도 어르신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시도록 도와드렸다”며 “물망초 임직원 중에는 변호사분들이 많이 계셔서 이분들이 물망초변호인단을 구성하고 헌신적으로 법리를 개발하며 소송을 수행하셨다. 이 자리를 빌려 물망초 변호인단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어렵게, 만 5년 만에 어르신 두 분이 모두 승소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추심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법은 정권 유지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검찰도 법원도 쑥대밭이 되었다”며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 땅에 상상할 수도 없는 반국가적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 큰 자리를 차지하고 나라를 결단내고 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겠다고 한다. 자국민을 총살하고 소각해 버려도 ‘생명 존중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박 이사장은 “앞으로도 국제규범에 맞는 인권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며 “이 땅에 참된 평화와 진정한 인권, 찬란한 통일이 자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2012년 창립된 물망초는 북한이탈주민, 국군포로 등을 위한 물망초학교, 물망초 합창단, 물망초 인권연구소, 국군포로 송환위원회, 전쟁범죄진상조사위원회 등을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탈북 국군포로 두 명이 북한정권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지원,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각각 2100만원의 배상을 지급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