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성탄절을 닷새 앞두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셋의 한 식료품 상점에서 발생한 감동적인 스토리다. 물건을 훔치려던 두 여성을 용의자로 입건하지 않고, 대신 성탄 저녁 식재료를 살 돈 250달러(약 27만 2000원)를 기꺼이 내준 따뜻한 경찰관 매트 리마(아래 사진)의 얘기를 영국 BBC가 1월 3일 전했다.
그가 지난달 20일 셀프 계산대를 그냥 지나치려던 두 여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두 여성이 두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아이들이 혹시라도 자초지종을 들을까 싶어 한 여성을 딴 곳으로 데려가 경위를 물었더니 아이들의 엄마인 다른 여성이 수입이 없는 상태라 아이들에게 성탄 저녁상을 차려 주려고 식료품들을 훔치려 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들이 카트에 집어넣은 물품들을 확인해보니 식재료뿐이었다. 리마 경관은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두 딸이 있다. 그래서 '내 아이들이 떠올랐고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을 입건하지 않고, 대신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만 전달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250달러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선물했다. 문제의 가족은 덕분에 같은 식품 체인의 다른 점포에서 식료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옳다고 느끼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 가족의 처지에 우리 가족을 대입해 보고 약간의 동정을 표한 것일 뿐이다.” 리마 경관이 한 말이다.
리마 경관은 현지 방송에 “분명히 이 가족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난 (그들이) 그 체인점에 가겠다고 결정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을 지불했다. 그들은 매우 고마워했고 충격 같은 것을 받은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다른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마 체포되거나 법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들이 받을 법한 인간적 값어치에 가까운 기프트카드를 사줬다”고 덧붙였다. 신기하게도 매트 리마가 행한 일은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와 판박이처럼 흡사하다. 예수께서 성전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계실 때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님 앞에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데리고 왔다.
그녀를 끌고 온 이유는 예수님을 올무에 빠트리고자 함이었다. 율법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라고 했는데 예수님은 어떻게 판결을 내리겠냐고 물었다.
사실 이 질문은 함정을 파고 예수님이 걸려들기를 꾀한 것이었다. 만일 예수님이 돌로 치지 말라고 답하시면 유대의 율법을 어긴 셈이 되는 것이고, 돌로 치라고 하면 로마의 재판관만이 내릴 수 있는 로마법을 어긴 셈이 되는 것이다.
어떤 쪽으로 답을 해도 한 쪽은 어기도록 되어 있는 교묘한 질문을 예수님께 던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진퇴양난의 질문을 받았다면 얼마나 난처했을까? 예수님은 즉시 답하셨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7)고 말이다. 그분은 율법을 어기지 않으셨다. 물론 로마의 법도 어기지 않으셨다. ‘죄 없는 자가 먼저’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말이다. 정말 기막힌 답변이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답변 중 가장 돋보이는 '황금 답변'이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여인을 향해 던지려고 들고 있던 돌을 슬그머니 놓아버린 채 사라지고 만다. 모두 다 사라지고 이제 남은 이는 예수님과 그 여인뿐이다. 그때 예수님은 여인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11).
죄가 없으시기에 여인을 정죄하여 심판하실 수 있는 자격을 갖추셨음에도 예수님은 그녀를 용서하셨다. 여성들을 입건할 자격이 있는 경관 매트 리마가 입건 대신 250불의 기프트카드를 주었다면 예수님은 ‘정죄’와 ‘심판’ 대신에 ‘죄 사함’, ‘용서’란 기프트 카드를 그녀에게 주신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리마가 두 여인에게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한 것처럼, 예수님도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11b)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흡사한 사건을 만나 흡사하게 행동한 리마 매트와 예수님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돋보인다.
‘자비’와 ‘은혜’의 차이를 아는가? ‘자비’(mercy)는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인 반면, ‘은혜’(grace)는 마땅히 베풀 이유가 없음에도 너그러이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교통위반 걸린 사람에게 경찰이 딱지를 떼지 않는 것을 '자비'라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100불짜리 캐시까지 선물하는 것을 '은혜'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리마 매트나 예수님은 자비뿐 아니라 은혜까지 베푼 삶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나도 남은 생을 이분들처럼 살아야겠다고 굳게 결심해본다.
필자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이다.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