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화성-10) 시험발사 '성공'을 선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향후 추가 군사적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도발 행보를 자제한 채 체제 결속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우선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쪽은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보이고 있는 점을 내세운다.
이에 따라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3월 지시한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 가운데 이제 남아있는 핵탄두 폭발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6일 "현재 국면은 북한이 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자체 힘을 키우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에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다른 국가들한테서 '북한의 핵포기'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좌절감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앞으로 핵탄두 폭발실험과 고체연료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할 가능성이 크며, 5차 핵실험 카드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도 최근 북한이 내부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북한이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의 '성공'을 토대로 당분간 군사적 행보를 자제하면서 경제발전에 치중하는 한편 외교적으로 국면전환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유하자면 과거 북한은 칼날 없이 칼춤을 췄는데, 이제는 제대로 칼날을 갖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더는 칼날을 갈지 않는다는 조건(핵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미국에 경제 제재 해제나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 23일 "조선이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하는 목적은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재 북미 간에 비공식 접촉이 오가는 상황일 것으로 본다"며 "5차 핵실험 등은 '히든카드'로 남겨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5차 핵실험 대신 미사일 발사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을 내세워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북한이 훨씬 유연하게 외교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커졌고 경우에 따라 시진핑이 북한을 방북해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용석 연구원은 "현 국면에서는 북·중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