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직자에게서 나올 법한 말들이 벽안의 백인 청년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들은 1962년 월북한 제임스 드레스녹 시니어(당시 21세 이등병)의 두 아들인 테드 드레스녹(37)과 제임스 드레스녹(36) 형제다. 북한에서 나고 자라 홍순철, 홍철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재미 친북매체인 민족통신이 온라인에 공개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월북 미군의 아들들이 북한 체제 선전에 동원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레스녹 형제는 영상 속에서 김일성ㆍ김정일 배치를 단 채 유창한 북한 말투로 ‘사회주의 천국’을 제공해 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칭송했다. 무엇보다 형제 모두 “노동당원이 되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
이들은 월북한 미군 병사 드레스녹과 루마니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북한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당시 북한은 외국인이 북한 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했던 때였다. 형 테드는 평양대학교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전공한 뒤 노동당 산하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동생 제임스는 2014년 자원 입대해 상위(대위급)로 근무 중이다.
제임스는 “최근 고조된 한반도 갈등 상황 때문에 입대를 선택했다”며 “노동당원으로 한반도 통일에 기여해 김정은 대장의 위대함을 전 세계가 알게 하는 만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테드도 “미국은 그 동안 나쁜 짓을 충분히 저질렀다”며 “그들이 북한에 대한 망상에서 깨어나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 문제를 부풀리는 미국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미국에선 백인 경찰이 흑인 시민을 총으로 쏴 죽이지만, 우리는 매우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월북을 결심했던 아버지가 옳은 선택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테드는 “우리가족은 국가의 보살핌을 받았다”며 “아마 미국에 있었다면 아버지와 우리 가족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월북 미군 드레스녹은 북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악한 미국인’ 역할로 자주 출연하며 유명 인사가 됐다. 2006년 월북 미군 병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 시민’에 출연해 21세 나이로 월북했을 당시 구체적인 정황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아들도 북한 드라마에서 미국인 역할로 자주 등장했다. 75세 고령인 드레스녹은 현재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북한 당국은 해외 매체와의 모든 인터뷰에 대본을 미리 만들어준다는 점을 언급하며 “두 아들이 북한 정부가 정해준 각본대로 말하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