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제5회 포럼(북콘서트)이 '새 시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회개와 소망'을 주제로 4일 오후 서울 돈암동 광성교회(담임 유종목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도서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IVP)>을 주제로 열렸으며, 안영혁 교수(총신대 신대원) 사회로 저자인 박영돈 교수(고려신학대학원)가 직접 발제했다.
박영돈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성장에는 성령의 역사하심이 있었다. 이는 이 사회 속에 하나님나라의 열매를 맺을 기회를 주셨던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런 은혜의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적 성장을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로 추구하면서 오히려 부패와 세속화로 나아갔다. 사회를 온통 주도하던 성장주의의 대세에 교회도 어느 정도 휘말렸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수적 성장이 진정한 성숙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심각한 타락과 세속화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며 "더구나 수적 성장이 인간 성공의 기념탑으로 세워져 인간에게 영광을 돌리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복음의 진전을 막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나님 말씀을 사람의 욕구와 취향에 맞춰 각색하고 상품화하며, 기복과 긍정을 강조하는 설교가 수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이렇듯 값싼 은혜를 통해 복음이 변질되고 희생되니 회개 없는 믿음, 제자 아닌 신자가 양성됐다"고도 했다.
그는 "성장제일주의 가치관에 경도되어, 수적 성장이 성공의 척도가 되고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무능한 목회자로 평가되는 문화와 풍토가 목회자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자극시켜서 서로 경쟁하듯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일종의 '모방 욕망'을 고조시켰다"며 "그래서 한국교회가 많은 사람들을 교인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한 피조물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박영돈 교수는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희망까지 잃어버릴 정도로 비관적이어선 안 될 것이다. 올 것이 왔고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진 것뿐"이라며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야심에 의해 추동되고, 성령의 능력이 아니라 돈과 숫자, 조직의 위력에 의해 움직이며,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의 영광을 드높인 성공의 기념탑은 반드시 무너져야 하고, 그 쓰러지고 패배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성령께서 세워 가시는 교회의 온전한 성경적 설계도를 발견해야 한다"며 "구약의 선지자들이 이스라엘의 영적 폐허 속에서 희망을 전했듯,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필사적으로 붙잡아야 한다. 암울한 교회 현실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소망을 노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령이 주시는 꿈과 비전을 교인들과 공유하고, 이 꿈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말씀과 성령이 주관하는 하나님나라의 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거듭나야 한다"며 "그리스도를 닮은 성장, 성령의 열매를 맺는 성장을 교회의 새로운 목표로 삼는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외적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했듯,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을 목표로 교회의 모든 사역과 자원을 집중하고 목회자들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목회자들의 깊은 동기와 욕망과 추구가 성령에 의해 급진적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교회 세속화의 심증적 원인은 우리 목회자들의 욕망이 은밀하게 세속화됐기 때문이다. 목회 성공의 야심이 철저하게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는다면, 그 종교적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은밀하게 교회와 교인들을 도구화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교회와 교인들을 컨트롤하려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육신의 열심, 권위 의식이 죽어야 한다. 그리고 목회자는 하나님의 영광을 사모하고 즐거워하며 이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여 그 영광의 형상으로 자신이 변해가고, 복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영광을 밝히 드러내는 말씀과 목회 사역을 통해 교인들도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토의도 이어졌다. 패널로는 방성일 목사(하남교회), 편집위원 이성호 목사(포항을사랑하는교회)와 김정완 부대표(파워블로거), 조영민 목사(나눔교회)가 나섰다.
방성일 목사는 "저 자신은 늘 부족함을 느끼고, 큰 교회를 감당할 그릇이 안 된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며 "수적 성장에 있어, 인위적 성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을 통해 그에 걸맞는 교회를 주셨을 때 그조차 거부하거나 비판해선 안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성호 목사는 "'대형교회·소형교회'라는 용어는 천주교나 불교 등 어느 종교에도 없고 심지어 이단에도 없다. 이는 불경스럽고 비성경적인 용어 아닌가"라며 "교회는 활동이나 크기가 아니라 존재함으로 그 이해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많은 활동이 교회됨을 결정해선 안 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조영민 목사는 "담임목회를 시작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문제들을 실제적으로 고민할 시간이나 여유도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며 "어쩌면 교회론의 청사진과 비전이 분명해서 사역하고 있다기보다 얼떨결에 시작해서 살아남기 위해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 그려 주신 청사진이 좀 더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박영돈 교수는 이에 대해 "말씀하신 대로 '대형교회·소형교회'라는 용어는 건강하거나 성경적이지 않지만, 문제를 지적하다 보니 보편화된 개념으로써 꺼냈던 말"이라며 "저는 대형교회 이데올로기보다 성장을 절대화하고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성전주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대형교회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며 "초대교회에서부터 교회의 본질로 여겨 왔던 성령 안에서의 교제가 있고 성령이 운행하는 장으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교회 본질을 추구하기 부적합한 크기가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선교 2세기를 맞았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교회는 하나님나라로 돌이키는 회심을 통해 십자가와 부활, 승천 위에 교회 본연의 위치와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에는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인 문양호 목사(함께만들어가는교회)와 방영민 목사(전주서문교회)는 박 목사와 패널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앞선 예배에서는 채천석 대표 사회로 양성훈 목사(양곡제일교회)의 기도, 편집인 임재호 목사(양곡제일교회)의 설교(엡 1:3-6), 유종목 목사의 축도 등이 진행됐다. 임재호 목사는 "한국교회 위기는 목회자들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목회자들이 손에 움켜쥔 것들을 내려놓고 십자가의 길로 나아간다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