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송파구문화회관에서 회의가 있어 가게 되었다. 인근 카페에 들렀는데 로봇이 운영하는 커피점이었다. 우선 키오스크(kiosk: 무인주문기)에서 주문하는 것은 여느 가게와 마찬가지였지만, 정작 커피를 만드는 주체가 로봇이었다.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주문했는데 맛이 꽤나 훌륭했다. 종업원도 없고 가게 주인 한사람만 느긋이 앉아있다.
우리는 레스토랑이나 관공서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때 직원의 도움없이 키오스크로 해결하는 데 이미 익숙해 있다. 그러나 음식을 요리하거나 커피를 만드는 셰프와 바리스타의 손맛은 누구도 넘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역까지 기계가 차지하고 있다니……
기계가 야금야금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허물고 있으니 그 끝은 어디일까 두렵기까지 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AI(인공지능)를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AI의 발전속도가 제어되기는 커녕 앞다투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AI는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의 직업을 빼앗고, 인간을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 AI에 등장한 슈퍼스타가 있다. 바로 Chat GPT이다. Chat GPT(OpenAI가 개발한 트랜스포머(인공신경망) 기반의 언어모델이다)
사용자와 대화하듯 상호작용할 수 있게 훈련된 일종의 언어 모델이다. 사용자의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고, 답변의 실수를 인정하며, 잘못된 전제는 지적하고, 부적절한 요구는 거부한다. 변호사에게 의뢰할 소송을 Chat GPT에게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면 변호사는 열심히 사건 판례를 찾고 변론을 준비할 것이다.
Chat GPT는 수만개의 사건기록과 판례를 찾아서 정확히 분석하고 특정판사가 이 소송과 관련된 판결을 어떻게 내리는 지까지 찾아내서 의뢰인에게 제시한다. 변호사와 Chat GPT 의 대결에서 누가 합리적인 최적 결론을 도출하게 될까? 앞으로 AI지능의 향상은 변호사수의 감소와 로스쿨 학생수의 축소 그리고 수업료하락 같은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목회자가 설교문을 Chat GPT에게 구하면 단 몇초만에 원하는 제목의 근사한 원고를 가져다 준다. 과연 이 영혼없는 설교가 구원에 이르게 할 것인가. 또한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간 설교문이 성도들의 영성 성장에 기여할까.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 2:5).”
믿음의 성장은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능력에 달려있다. 그런데 성도들의 믿음을 인간이 만든 AI기교에 의존한다면 심각한 영적 퇴보를 가져올 뿐 아니라 Chat GPT에 의존하는 목회자 자신의 영성도 같이 약화시킬 것이다.
Chat GPT가 일반화되면 십자가 밑에 엎드려 선포할 말씀을 구하는 목회자는 줄어들고, 쉽고 빠르게 근사한 원고를 얻으려는 목회자는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교회위기가 진정되는 국면에 들어가는 대신 다른 종류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 팬데믹 위기가 외형적인 교회출석률 감소를 가져왔다면 Chat GPT의 급속한 보급은 목회자와 성도 모두의 영성위축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