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43분간 영어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오른 것은 이번에 일곱 번째로,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영어로 연설을 한 것은 앞선 이승만·노태우·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자유' 46번 언급… 역대 최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의 43분 분량의 영어 연설에서 '자유'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특히 한미 동맹이 지난 70년간 함께해온 '자유의 여정'을 돌아본 다음,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돋움할 때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이 "이제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라고 선언하자, 좌중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또 자유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허위 선동', '거짓 정보'로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맞서는 '자유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공격을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북한 '인권 유린' 실태 소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목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과 함께 자유를 위한 동행을 하는 동안, 북한은 자유와 번영을 버리고 평화를 외면해 왔다"며 북한 무력도발에 맞서 한미가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가속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더불어 북한 인권 문제에도 초점을 맞췄는데,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의한 주민들의 인권유린 실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TV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되는 등 현 정부가 최근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 등장한 적나라한 사례들을 소개한 것.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 특히 미 의회가 이러한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위해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소개하며 "북한에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라,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창한 영어로 K-컬처 언급… 애드리브에 환호
43분간 영어로 진행된 이날 연설 자리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BTS가 나보다 백악관에 먼저 왔지만, 의회는 내가 먼저 왔다"라고 말하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던, 일종의 '애드리브'였다.
윤 대통령은 또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연설 도중 기립박수 23번을 포함해 총 61번의 박수가 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기립박수 도중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K-콘텐츠를 여러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화 콘텐츠는 한미 두 나라 국민이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을 그 사례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또 "탑건·어벤저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을 받았다"며 "저 또한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션 임파서블 언급 역시 당초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번 의회 연설을 준비하며 참모들에게 가장 처음 한 말은 '잘난 척 하지 말고, 쉬운 단어로 갑시다"라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순방 전 영어 연설 초안을 받고 "중학교만 졸업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며 돌려보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다.
온라인상에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영어 발음에 놀랐다", "연설 전개가 감동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갔다", "품격이 다르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나도 영어 열심히 해야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한 "연설을 듣는 미국 의원들의 정중한 태도, 격려와 지지의 뜻으로 기립박수하는 모습도 감동적"이라며 "한국 의원들이 배워야 할 모범적 사례"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사출처 BBC 코리아 / 사진 유튜브 KTV 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