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10대는 시간의 흐름이 시속 10키로인 것처럼 느끼고, 50대는 시속 50키로, 60대는 60키로, 70대는 70키로로 흘러간다고 느낀다. 11세 소년에게는 일주일이 길게 느껴지고 55세 중년에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왜 그럴까?
11세 소년에게 하루 24시간은 그가 살아온 인생에서 약 1/4,000이지만 55세 사람에게는 약 1/20,000에 불과 하다. 즉 11세 소년이 생각하는 하루 길이는 55세 남성이 느끼는 하루 길이의 5배가 되므로 소년은 하루하루가 느리게 간다고 여긴다.
4차 산업도래와 AI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계의 창조주인 인간이 기계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인터넷 정보기술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사고방식은 갈수록 얕아지고 가벼워 지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분 안에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지 오래다.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정보 찾기에 골몰한다. 오늘날 도서관에서 가장 두드러진 소리는 책장넘기는 소리가 아닌 자판 두드리는 소리다.
책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지식을 얻는 것이 바보스런 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지식은 구글과 네이버 검색, Chat GPT 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마저 가진다.
뇌과학자들은 이메일, SNS, 핸드폰 등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 때와 책을 읽고 사색할 때의 뇌기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 사색할 때는 단어, 사고 그리고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뇌 속에 떠다니다가 서로 조합을 이루어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하루 핸드폰 사용시간은 평균 5시간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핸드폰 전성시대에 현대인은 많은 시간을 디지털에 몰입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에는 5분도 할애하지 않고 있다. 현대인은 평균 6분 30초마다 핸드폰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확인한다고 한다.
하루로 치면 150번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직장인은 이메일을 처리하는데 주어진 시간의 28%를 할애한다. 1주일로 환산하면 11시간이 넘는다. 그 외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우리 삶의 대부분을 온라인 세계에서 보내고 있다. 결국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테크놀로지 기기의 노예가 되고 있다. 바야흐로 사색결핍시대를 맞이 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망각에 익숙하고, 기억에는 미숙하다. 우리는 미숙한 기억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핸드폰이나 인터넷의 도움을 받는다. 예를 들어 핸드폰의 캘린더 기능에 약속내용을 저장하고 간단한 사칙연산도 스스로 하지 않는다. 전화번호, 방금 나눈 대화 등을 핸드폰에 저장하는 순간 뇌의 장기기억 공간에서는 이를 지워버린다.
가까운 장소도 내비게이션 없이는 갈 수 없는 바보가 된다. 내비게이션은 뇌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억의 미숙한 약점을 확실하게 보강해 줄 조력자를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더 멍청해진다. 스스로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대신 무조건 정보검색대 앞에 앉는 습관때문에 기억력 퇴화는 가속화된다.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독서나 사색하는 일을 소홀히 여기고, 집중력 저하 건망증 등 지적 능력이 뒤떨어지는 현상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앞으로 바리스타와 사진사, 자동차운전사 등이 기계에게 자리를 넘겨 줄 것이고 이러한 경향은 다른 직업군에서도 확대될 것이다. 강의, 설교, 소송 등 삶의 전문영역에서 Chat GPT 라는 새로운 조력자가 탄생했다.
AI기술의 발전
Chat GPT 와 같은 AI혁신이 생산성과 경제 생산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시장에는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AI의 확장은 인간의 직업을 위협하고 생활반경을 축소시킨다.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일리노이주에서 일하던 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가 10개 업체의 광고와 마케팅문구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는데 모든 업체로부터 카피라이터 업무를 Chat GPT로 대체한다는 통보를 받고 해고당했다.
국내최대 웹툰 플랫폼에 AI기술로 그린 그림이 등장하여 그림그리는 작업종사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AI웹툰 보이콧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적응해 가야 할 것인가? 리더십영역에서 부분적으로 인간이 헤쳐나가야 일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경영관리는 기업이나 조직체를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이제는 외부 현상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는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새로운 학문영역이 나와야 할 판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스스로를 총체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