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경이 예견한 인공지능 (上) ※본 기고는 월드뷰 11월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1·2차 산업혁명, 교통수단 발달, '지식이 더하리라' 3·4차 산업혁명, 복합적 지능활동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심상치 않다. 기술이란 본래 인간의 생활 편리성을 높여주고 노동생산에 있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들이 자신을 설계한 인간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 인류를 지배하고 마는 암담한 미래를 보여주는 주제는 SF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다.
인간의 안녕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인간을 오히려 위협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모순이다. 그럼에도 왜 이러한 기이한 상상이 일어나는가? 왜 기술 발전의 주체인 인간이 기술의 발전을 경계하고 있는가?
인공지능기술은 근본적으로 가치중립적인가 아니면 내재적으로 선과 악의 가치를 담고 있는가? 본 글을 통해 성경적 종말론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담고 있는 신학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니엘이 예견한 인공지능
성경은 놀랍게도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다니엘은 주전 6세기, 남유다 멸망 이후 바벨론과 메대-페르시아 제국에서 예언자로 활동한 인물이다.
다니엘은 당시 왕들과 국가에 대한 예언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마지막 시대에 관한 묵시적 환상을 기록했다. 특히 다니엘 12장은 인류 종말의 환란과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관해 예언하고 있다. 그리고 짧은 한 문장으로 마지막 시대를 묘사하는 구절이 나타난다.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봉함하라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 (단 12:4)”.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보여주신 마지막 시대의 장면은 첫째로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둘째로 지식이 더해지는 것이었다.
18세기와 19세기 증기기관 발명을 시작으로 1차·2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졌다. 이때 발명된 핵심기술은 주로 물리적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 장치였다. 그 기계 장치로 기차와 배, 그리고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이 생겨나서 많은 사람들이 빨리 왕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오늘날 고속열차, 비행기 등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식이 증가하는 환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20세기 후반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제3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 상용화는 정보의 온라인화를 촉진하며, 지식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더해지게 된 것이다.
2,500년 전 다니엘이 본 환상은 당시에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니엘의 예언은 문자 그대로 성취되었다. 3차 산업혁명으로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단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인공지능이란 기계로 하여금 인간과 같은 지능(Human Intelligence)을 갖도록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지능이란 고도의 정보판단처리 기술로 지식과 지혜를 구축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수많은 경험의 데이터를 학습이라는 지능활동을 통해 유용한 지식으로 만들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동안 컴퓨터 기계는 인간보다 월등한 연산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인간처럼 학습능력, 추론능력, 언어이해능력, 창의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다시 말해 인간같은 복합적 지능활동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또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등장으로 새로운 판도가 열리게 되었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며, 언어를 이해하고, 창의적 활동을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이 입력해주는 공식과 규칙이 없어도, 기계 스스로 수많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더 나은 공식과 규칙을 찾아내는 지능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의 승리가 바로 인공지능의 지능활동을 증명한 것이다. 단순히 세계 최고의 프로바둑 기사를 인공지능이 이겼다는 데서 세상이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어떻게 이겼냐는 것이 중요하다.
알파고가 16만 건의 바둑승부 전략이 담긴 기보(바둑 승부에서 돌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 데이터를 단순히 암기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수많은 변수와 변칙기술을 사용하는 이세돌에게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기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여 자신만의 바둑 공식과 규칙을 찾아낸 것이다. 인간의 지능으로 16만 건의 기보를 다 암기하기도 어렵겠지만, 알파고의 경우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여 계속 최고의 경우의 수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실력을 키운 것이다.
알파고 등장 이후 바둑계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이제 최고의 프로바둑 기사들도 인공지능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알파고는 인간에게 바둑을 배웠지만, 이제 인간이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바둑을 배우고 있다.
실제 인공지능으로 훈련한 후 프로선수들의 바둑실력이 상향평준화 되었다고 한다. 알파고는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단순히 스포츠 경기에서 인간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목적은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지식과 지혜를 구축하는데 있다. 인간에게 지식이 더해질 것이라는 다니엘의 예언은 이제 양적 지식의 증가를 넘어 질적 지식의 증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기계는 자지도 먹지도 않고 빅데이터를 처리하며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 과학자 및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이러한 인공지능 발전이 가속화되어 2040년이 되면, 모든 인류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압도하는 바로 이 시점을 ‘싱귤래러티(technological singularity 기술의 특이점)’라고 한다.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은 정치, 경제, 사회, 가정,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지적 판단과 결정에 있어 최고 경우의 수를 제안해 줄 것이며, 따라서 인간은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인류의 모든 지식과 지능을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소유한 자는 과연 세상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아마 인류 역사상 신의 권세에 가장 근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다.
다니엘 12장 4절 예언의 전후 문맥은 인류 종말과 마지막 시대 그리스도인이 겪을 대환란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발전으로 지식의 양과 질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류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싱귤래러티 시점(특이점)은 성경이 예고하는 인류 종말의 시기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속>
필자는 포항기쁨의교회 부목사이며
한동대학교 경영학/국제학 학사, 싸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 목회학 석사, 중동아시아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