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 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켜야 한다'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항의, 반대하는 전국 병원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하자 대형 병원들을 시작으로 심각한 의료 공백 상태가 일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전국 221개 수련병원 13,000여명에 이르는 전공의들에 대해 진료유지 명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공의협의회는 이에 맞서 전공의들은 모두 사직서를 내고 20일부터는 병원 출근을 하지 말라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전 기준 전공의 8816명(71.2%)이 사직서를 냈고, 결근자는 7813명이며, 6112명에게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들 가운데 휴학신청을 한 사람은 8753명인데 정부는 각 대학에 학생들의 휴학신청서를 받지 말도록 지시한 바가 있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대형 병원들은 의료진들이 부족해 수술실 가동을 절반으로 줄이는가 하면, 응급실마저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은 불안에 떨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대란은 2000년 이 후 세 차례의 의사들 파업에 정부가 끌려가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의식을 심어준 측면이 없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의사들은 국민을 이길 수 없다’라는 기조 아래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합법적 책무이다” 라고 발표한 내용에서도 윤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생 2000명 증원의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서 향 후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료 수요를 늘려 의료공백을 막자는데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의료인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확인 계재한 글에 따르면 독일은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2%씩 늘려 2022년 입학 정원이 1만 1752명에 이르고, 일본은 9400명, 영국은 2031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2021년 대비 약 36% 많은 1만 500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의사들과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도 의사들의 반대나 집단 반발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지난 해 의사협회장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당장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하면서 국민들의 75%이상이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마당에 사회 혼란마저 야기시키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파업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한국에서는 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앞두고 학부모와 교수들이 그들에게 흰 의사가운을 입혀(White Gown Ceremony) 준 다음 청진기를 목에 걸어주면 학생들이 큰 소리로 함께 읽는 선서문이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이다.
이 내용 중 몇 가지를 보면 약합니다“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며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습니다”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습니다” “나는 인간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서약합니다” 등이 있다.
의사들은 자신의 양심과 인격을 담아 선서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문을 지키도록 힘써야 한다. 지금 의사들이 있어야 할 곳은 자신의 육신적 생명을 치료해 주고 보호해 줄 의사를 애타게 찾고 있는 환자들 곁이다.
정부 또한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법적제재만을 내세우며 의사들을 위협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의료대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여 환자들과 국민들의 불안을 종식시켜 모두가 안심하고 행복해 하는 나라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