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1일은 이 나라 국민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우리의 선진들이 잔악하고 비열한 일제의 압박과 침탈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민족정신을 일깨워 준 날이기 때문이다.
당시 독립선언문을 만들고 다듬어서 서명 날인한 33인의 인사들 중에는 길선주 목사를 비롯한 16인의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독립선언문 안에 의와 진리와 소망이 가득 찬 기독교적 가치관을 담아 후세의 이 나라 국민들이 간직해야 할 국가정신과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선언문 가운데 일부를 보면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전진하나니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음침한 옛집에서 힘차게 뛰쳐나와 삼라만상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을 이룩하게 되누나”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살펴 볼 때 3.1운동은 단지 이 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자주 독립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역사를 주도해 나갈 국가민족으로서의 정신과 사상을 고취한 것이며, 더 나아가 진리에 입각한 신앙운동임은 물론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한 양심의 운동이며, 민족자각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교회는 보이지 않는 두 가지의 힘이 있다. 하나는 영적이며 윤리 도덕적인 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힘이다. 교회는 이 두 가지 힘을 통해 국가민족을 바르게 이끌어 가야할 책임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책임을 사회를 향한 “소금과 빛의 사명”이라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의 세속화와 권력화는 물론 기복주의와 물욕과 물량주의는 맛을 잃고 길바닥에 버려지는 소금처럼, 본질적 사명을 망각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사회로부터 외면과 조소의 대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라는 선장 없는 배처럼 격한 풍랑 속에서 좌초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정파의 대립과 이념의 갈등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분쟁과 분열의 틈을 타 선린(善隣)이라 기대했던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들을 동원해 우리를 옥죄이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과 화학 살생무기 공격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 또한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의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기본에 충실하고 본래적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기본은 진리 안에서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빌1:27)이요, 본질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며 이루는 것”(마6:33)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의와 진리, 사랑과 희생의 본을 보이며 책임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3.1운동의 정신은 진리의 실현을 위한 신앙운동과 선한 양심 위에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한 애국애족의 민족자각정신운동이었다.
따라서 이 시대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바른 신앙 안에서 이 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 결과 오늘의 분열과 다툼, 불안과 혼란을 모두 종식하고,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쓸어져간 수 많은 선진들의 고귀한 피흘림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글 : 목장드림뉴스 이사장 이규곤목사(예장통합 관악노회/남현교회 위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