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산 반도체’에 1조 위안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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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산 반도체’에 1조 위안 쏟는다
  • 김주연 기자
  • 승인 2015.07.03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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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 샌포드 C.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어떤 회사도 중국 시장 없인 살아남지 못한다”
▲ 중국의 반도체 세계시장 지배력 예상도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향후 10년간 1조위안을 투자한다. 우리 돈으로 약 1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민간 분야 움직임도 분주하다. 최근 BOE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외국계 반도체 업계와의 협업체계 구축 논의도 활발하다. 중국 정부가 현재 외산 비중이 높은 반도체를 국산화하는 데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18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을 자국 반도체 업체에 전달했다고 블룸버그가 28일 전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강자인 인텔이 지난 10년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사용한 금액과 맞먹는 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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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중국은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뒤처져 있었다. 중국에서 반도체는 석유를 뛰어넘는 단일 수입 품목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자체 개발한 칩은 내수 시장의 10분의 1 미만이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폰 등 자국 내 IT시장이 급증하고 현지 IT기기 제조업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전체 반도체 중 외산칩 비중도 커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에 달하는 2000억달러(약 223조2000억원) 이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90년대부터 시스템 반도체를 집중 육성한 데 이어 최근 메모리 반도체까지 손을 뻗쳤다. D램 제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시설(팹) 단지 설립을 추진 중이다. BOE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외국계 반도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인텔, 퀄컴, NXP반도체 등 외국계 반도체 업체가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이 세계 2대 반도체 시장 중 하나인 점을 내세우며 특허료를 낮추거나 기술을 개방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업체들에겐 필수적인 시장인 탓에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반도체 업체는 중국 정부 말에 꼼짝도 못한다”며 “자칫하다간 시장에서 불이익은 물론 최악의 경우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릭 클레머 NXP반도체 최고경영자(CEO)는 “외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 산업 성장이나 홀로서기를 도울 수 있다”며 “몇 년 뒤면 지금처럼 우리가 중국에 반도체를 단순히 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인트벤처(VC)나 라이선스로 시장에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퀄컴은 최근 중국 최대 반도체 외주생산업체 SMIC가 유럽 벨기에에 세우는 연구개발(R&D) 센터를 기술적으로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SMIC에 28나노(nm) 칩 외주도 줬다. SMIC의 기술력은 업계 선도주자인 삼성전자·TSMC·UMC 등보다 낮다. 그럼에도 기존 대만 TSMC 이후 처음으로 28나노 칩 대량 생산을 맡긴 셈이다.

퀄컴은 지난 2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60억8800만위안(약 1조945억원)의 과징금과 특허료 인하를 요청받았고 이를 그대로 따르기도 했다. 최근엔 현지 업체와 협업, 후이저우에 서버용 칩 설계 VC를 만들고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도 마찬가지다. 인텔은 중국에서 매년 전체 수익 560억달러 중 5분의1 가량을 올린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중국 현지 제조공장과 국영 모바일 칩 제조사에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0억위안을 들여 중국 팹리스 칭화유니그룹 지분을 사기도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칭화대가 만든 국영기업이다.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2개 팹리스가 이 회사의 계열사다.

NXP반도체는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49%를 중국 시장에서 냈다. 이 회사 또한 다탕텔레콤테크놀로지와 합작사(JV)를 통해 중국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당장이야 중국 반도체 업체가 성장하지 못한 상태지만 막대한 자금과 이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자체 기술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크 리 샌포드 C.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어떤 회사도 중국 시장 없인 살아남지 못한다”며 “규모 경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벳시 반 히스 웨드버시시큐리티스 애널리스트는 “지금이야 대형 칩 제조사가 중국 시장의 필요성만큼 이곳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 반도체 업계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며 “10년 뒤 그들이 어떻게 돼있을 지 상상해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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