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주(錢主, 신흥부유층)가 운영하는 한 제과점에서 일하던 15세 소녀가 노동자들의 월급 인상과 야근 수당 지급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당한 일이 있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고급과자를 비롯한 빵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 개인 기업소에서 일공(노동자)들이 주인(기업주)의 기업경영관리에 불만을 제기했다”면서 “일공들을 대표해 15세 소녀가 ‘기술노동 월급은 올려주고 밤일(야간노동)에는 야간비를 적용해 달라’고 말한 것이 기업주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 제과 기업소에는 20대 처녀(국영기업소 노동자)들과 일공으로 돈을 버는 10대 소녀(고급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일공들은 주인이 ‘어린 일공 봐주기’를 기대하며 15세 소녀에게 발언을 부추겼지만 결국 쫒겨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의하면, 2000년대 들어 돈주들은 가정집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 제과를 생산·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또한 이런 공장에 일급과 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처음에는 1, 2명만 일했던 공장이 최근에는 급속도로 성장해 노동자들을 많이 충원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일공은 기술 습득이 빠르고 가정에 대한 부담이 없는 10·20대 처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젊은 여성들은 빵을 굽는 기계 앞에서 고열(高熱)을 견딜 수 있고 꼼꼼하다는 측면에서 기술 노동자로 인식되기도 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개인 제과 기업소 일자리는 시장가격으로 월급이 지급된다는 측면에서 국영공장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일자리로 간주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일공이라고 할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자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돈주들이 운영하는 이 같은 기업은 주인(기업주)권세가 독단적이고 불공평해도 일공들 의견이 무시되고 개인 기업가의 논리만 적용된다”면서 “(일공들은) 개인에 대한 처사가 잘못돼도 국영 기업소의 일자리가 없으니 어디다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소개했다.
15세 어린 소녀가 퇴출된 것에 대한 반응에 대해 소식통은 “(일공들 사이에서) 미안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설마 기업소 사장이 강제 퇴출 조치를 내릴 줄은 몰랐다는 것.
소식통은 “일부 일공들은 ‘공화국(북한)이 그토록 싫어하는 자본가들보다 더한 착취자가 나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개인기업이 (김정은)정권보다 실용성 있어 복종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돈주들이 운영하는 제과 공장의 경우 회계와 자재배달, 상품관리는 기업주 가족이 맡는다. 생산은 분업화된 일공들에 의해 주야(晝夜) 교대제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15세 소녀처럼 학생들의 고용은 공식적으로는 비법에 속하지만 기업주는 보안서(경찰)에 뇌물을 바치는 형태로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