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농작물 절도범 기승..'두번 운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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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철 농작물 절도범 기승..'두번 운 농심'
  • (전국종합=연합뉴스)
  • 승인 2015.10.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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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전예약제·현수막 게시 등 예방 '안간힘'

전국종합=연합뉴스) 수확철을 맞아 전국에서 농산물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도 유형도 생계형에서 기업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절도가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농가와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수확기 농산물에 특화한 '스마트 순찰'이 등장하고 적외선 경보기가 관내 농가와 경작지 등에 설치되는 등 기발한 예방책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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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없는 농축산물 절도…제주·울산 '청정지역'

지난 5일 오후 6시께 충남 아산에 사는 김모(62)씨는 전날 뽑아 놓은 무 20여 개가 사라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농산물 절도 주의 당부 현수막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수확철을 맞아 농산물 절도사건이 기승을 부리면서 최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도로변에 경찰이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농산물 절도에 대한 신고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되지 않지만, 김씨는 자신이 정성껏 가꾼 농작물이 도난당했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해 정모(58)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정씨는 김씨의 밭에서 무 1천개와 배추 2천 포기를 뽑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새벽 시간에 밭 안쪽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 달아났기 때문에 김씨는 도난 사실을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

2 = 지난 9월 3일 오후 4시께 강원 춘천시 동내면 오모(58·여)씨의 집 3층 창고에 있던 쌀 20㎏(9만원 상당)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앞서 지난 7월 29일 낮 12시 10분께 춘천시 한 기름가게에서는 주인 연모(62)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들깨 25㎏(20만원 상당)을 도둑맞았다. 이 두 도난 사건은 7월 중순 춘천교도소에서 출소한 상습절도범 이모(53)씨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노숙자 생활을 하는 이씨는 생계 수단이 마땅치 않자 주인이 없는 집 또는 가게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농산물을 훔쳤다.

3 = 전북 부안경찰서는 지난 10일 빈 농가를 돌며 상습적으로 쌀을 훔친 혐의로 문모(22)씨 등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전 3시30분께 전북 부안군 백산면 김모(44)씨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쌀 20㎏ 52포대를 훔치는 등 정읍과 김제, 부안 등을 돌며 수십 차례에 걸쳐 1천300만원 상당의 쌀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방범이 허술한 비닐하우스나 빈 농가를 돌면서 쌀을 훔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말 현재 도내 발생한 농·축산물 절도는 29건으로 지난해 52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총 61건의 농산물 절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북 안동에서는 매년 수확철 2∼3일에 1번꼴로 빈 농가 및 빈집털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관내에서 농산물 절도사건이 보고 되지 않은 지역은 울산과 제주, 강화도 등지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찰, 사전예약제·현수막게시…절도 예방 '안간힘'

이처럼 농산물 절도가 기승을 부리자 경찰이 대응에 나섰다. 농산물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고자 2천460㎡의 경찰서 주차장을 농산물 건조장으로 개방한 강원 평창경찰서의 예방책은 이미 고전으로 통한다. 2001년부터 시작된 경찰서 건조장은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까닭에 지역 농민들이 경운기 등에 농산물을 싣고 드나들거나 의경 등과 함께 농산물을 널고 자루에 담는 모습은 경찰서 주차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풍경이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주요 농작물 재배지를 3개 노선으로 분류해 수확기 농작물을 집중 순찰하는 등 '스마트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여주경찰서는 적외선 경보기를 관내 농가와 경작지 등에 설치해 절도를 예방하고 있다.

충북경찰은 매월 절도분석, 각 서와 수사기법 정보공유 등을 통해 농산물 절도에 대응하고 있으며, 전남경찰은 마을 단체 관광이나 경조사 참석 등으로 단체 이동시 관할 지구대나 파출소에 신청하면 해당 날짜에 집중 순찰하는 '사전예약 순찰제'를 운영 중이다.

또 경남 창녕경찰서는 마늘·양파 등 특정 농산물 수확기에 대문 잠금장치가 허술한 집 등을 위주로 '안심 순찰표'를 도입했고 경북 안동경찰서는 이달 초 빈집털이를 막기 위한 적외선 경보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경보기가 설치된 빈집·창고 등에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면 105㏈가량의 소리가 울려 침입자가 있는 것을 알린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7월 덕양구 대장동·강매동·주교동·선유동·대자동 등 농경지 일대에 '땀 흘려 애써 지은 농산물 누가 몰래 가져가네요'라는 내용의 플래카드 14장과 경고판 5개를 설치했다. 행락객이 부추나 고추, 상추 등을 함부로 가져가는 일이 빈발하면서 주민들이 경고판 설치 등을 건의했기 때문으로, 경고 플래카드와 경고판을 설치한 뒤로는 현재까지 농작물 절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농민 김상호(67)씨는 "농작물 절도는 단순한 재물을 훔치는 행위를 아니라 농민들이 1년간 흘린 피와 땀을 훔치는 것"이라며 "올해 기나긴 가뭄으로 농가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애지중지 키운 농축산물까지 훔쳐가는 악질적인 범죄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경찰청 생활안전과 이연순 경위는 "수확철을 맞아 농산물 창고 털이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창고마다 이중으로 잠금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며 "농산물 창고나 수확을 앞둔 밭 주변에 블랙박스가 설치된 차량을 주차해 놓으면 검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현 임채두 류수현 이승민 장덕종 변지철 김선경 손대성 최은지 한종구 노승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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