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족보건협회(이하 한가협)가 27일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기념해 제4회 ‘디셈버퍼스트 세미나’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먼저 이재규 본부장(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이 개회사를 통해 “감염 경로와 원인에 대한 규명을 정확히 해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환영사를 전한 한가협 김지연 대표는 “여태까지 에이즈의 감염 경로인 동성 간 성행위가 은폐되어왔다. 그로인해 많은 젊은이들은 콘돔만 잘 쓰면 에이즈가 예방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하신 HIV 감염자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걸렸다. 이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동일하다.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평생 약 먹을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라며 “오늘의 행사는 예방 가능한 것을 예방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맡게 된 김순례 의원과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성일종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 등이 격려사와 축사를 전했다.
성일종 의원은 “정부가 (에이즈 문제에) 나서지 않고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언론에 알리는 것도 금기시하고 있다. 교육부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도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옹호하는 수준”이라며 “참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제가 본 상반기 보건복지부 에이즈 환자의 평균 수명이 16년이었다. 또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보니 에이즈 환자 1명의 치료비가 1년에 1천만 원 정도였다”며 “원래 정부가 에이즈 문제를 책임져야하는 것인데 시민단체가 나서고 있다. 이건 불행한 일이다. 에이즈 문제는 종교가 아니라 상식의 눈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옛날에는 감염자의 연령대가 50대였는데 최근 10대 20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비중을 말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며 “어떤 가치 기준과 주장이 아니라 최소한 정확한 정보만이라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2부 순서에서는 김준명 박사(전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 감염내과 전문의)와 박진권 대표(아이미니스트리, HIV감염인자유포럼), 이상길 교수(계명대학교 약학대학)가 강연했다.
김 박사는 “전 세계 310만 명이던 에이즈 환자의 수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에이즈 환자의 수가 증가했지만, 점차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에이즈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 에이즈 신규 감염자가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일로, 동남아 국가마저도 에이즈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왜 우리나라에서 신규 에이즈 환자가 발생되는지 분석을 했다. 먼저 연령대를 조사했다. 2010년 이후 10~20대에서 신규 감염인 수가 증가했다”며 “그래서 전국 20여개 대학 병원과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연합해 10~20대 감염 경로를 조사했다. 병원에 찾아온 감염인을 주치의와 전문 상담 간호사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었다. 총 1,474명을 조사했다”고 했다.
그는 “조사 결과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가장 빈번한 경로임이 밝혀졌다”며 “다른 나라의 해석을 따라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은 동성 간의 성접촉이라고 해석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낮은 연령일수록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 비율이 높았다. 10대의 경우 93%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10~20대는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김 박사는 “항문은 얇은 단세포로 돼 있기 때문에 물리적 압력이 가해졌을 때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출혈이 일어나 정액을 타고 에이즈 바이러스가 들어가게 된다”며 “1회 동성 간 성접촉(항문 성교) 시 HIV에 감염될 확률은 이성 간 성접촉 시 감염될 확률보다 17.3~34.5배 높다”고 했다.
또 “동성애자에서 HIV 감염률은 북미 15.4%, 카리브리해 연안 국가 25.4%, 대만 8.1~10.7%, 남부 및 동남아시아 14.7%,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7.9%”라며 “우리나라는 전체 동성애자 중 2.7~6.5%가 HIV에 감염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는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지만, 일반인에 비해 100배 높은 감염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따라서 우리나라 젊은이, 특히 청소년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건 당국은 이제라도 주위의 압력과 잘못된 권고에 개의치 말고 오직 국민의 건강만을 위해 ‘동성간의 성 접촉’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가장 위험한 행위임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학교 보건 교육을 포함한 적극적 예방 및 관리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이상길 교수(계명대학교 약학대학)는 국내 질본 홈페이지에 대해 분석했다. 이 교수는 “행정공공기관 웹사이트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질본은 원하는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고 콘텐츠의 논리, 접근과 이용의 편리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에이즈 문제와 관련해 질본 홈페이지를 보면 여러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먼저 한국어로 ‘에이즈’에 대해 검색하면 2014, 2012, 2011년의 자료가 나온다. 데이터가 오래됐다. 영어로 검색해도 자료는 오래됐고, ‘내성주 변이 양상’ 등 국민들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전문 용어가 나온다. ‘후천성면역결핍증’을 검색했더니 2019년, 비교적 최근 자료가 나온다. 그런데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가 나온다. 또 홈페이지는 여러 병명을 모아둔 곳을 따로 두고 있다. 여기서 에이즈를 찾아 들어가 보면 글씨가 너무 작다. 데이터, 그림이 없다”며 “반면 미국 질본은 ‘HIV’에 대해 검색했을 때 그래프로 데이터를 잘 정리하고 있다. 결국 질본이 개선해야할 부분이 분명히 보인다”고 했다.
또 “질본 홈페이지는 에이즈에 대해 ‘감염경로는 본인 응답에 의한 자료이고 무응답을 제외하고 통계를 산출하였으므로 일반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반복하고, ‘에이즈도 이제 꾸준한 관리로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그러나 약물 치료 부작용으로 노화 촉진,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등의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또 60%의 환자에게 설사, 복통, 피부 발진, 간지러움, 구통 등의 부작용을 겪고, 대사질환, 신장 이상 등 여러 합병증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본의 '자주 묻는 질문'도 찾기 어려운데, 일단 들어가면 PPT 파일이 있다. 질본은 ‘HIV 감염인과 한 번이라도 성관계를 가지면 HIV에 감염되나요?’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HIV 감염 확률은 0.04~0.08이지만, 동성 간 항문을 통한 성 접촉을 할 때는 감염 확률이 17.3~34.5배가 높아진다”며 “또 ‘HIV에 감염되면 곧 죽게 되나요?’라는 질문에도 ‘항바이러스제의 규칙적 복용과 올바른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답하고 있는데, 질본은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에이즈는 만성질환이 아니라 감염병”이라며 “질본은 홈페이지의 정보를 찾기 쉽도록 해야함과 동시에 영국과 미국 등 외국의 사례처럼 HIV 감염의 주요 경로인 남성 간 항문 성교 및 구강 성교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최신 자료와 논문, 에이즈 약물 부작용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박진권 대표(아이미니스트리, HIV감염인자유포람)가 간증하고 한가협이 활동보고를 했다.
행사 말미에 김지연 대표는 “이 자리가 아니면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희 스태프와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저희는 여러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가고 있다”며 “한가협은 예수님이 대표라는 생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나의 목적으로 두고 움직이고 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사실과 통계를 말한다는 이유로 무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와주신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한국협과 윤종필 국회의원실이 주관, 대구시약사회와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한국청소년보호연맹 광주지부 등이 공동 주최했다.
출처 :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32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