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반세기 만에 문민정부가 출범한 1일 의회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과 군부측 의원들이 맞붙었다.
군부가 만든 헌법규정 때문에 당장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수치가 국정에 폭넓게 관여할 수 있도록 '대통령 자문역'에 앉히기 위해 NLD가 제출한 특별법안이 충돌의 원인이됐다.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열린 미얀마 상원회의에서 군부 소속 의원들은 NLD가 제출한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전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군부측 상원의원인 민트 스웨 대령은 "법안에 담긴 제안은 자문역을 대통령과 같은 위치로 보고 있다"며 "이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얀마 헌법은 대통령이 모든 국민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군부측 의원들은 이 법안의 적절성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군부 소속 의원들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체 224석의 상원 의석 중 과반(60%)인 135석을 확보한 NLD는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실력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NLD가 일단 힘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했지만, 향후 이런 군부와의 의견 대립이 정국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7년의 민주화운동과 15년의 가택연금을 이겨낸 수치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NLD를 이끌고 선출직 의석의 약 80%, 전체 의석의 59%를 휩쓸었다.
이를 통해 수치는 최고 실권자가 됐지만, 군부가 만들어 놓은 헌법 규정 때문에 당장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2008년 군부가 만든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수치의 두 자녀 국적이 영국이기 때문이다.
수치는 이런 헌법조항을 고치거나 효력을 일시 중지시키기 위해 군부와 협상에 나섰으나 군부 지도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최측근인 틴 초를 대통령에 앉히고 자신은 외무부, 대통령실,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등 4개 부처를 관할하는 '슈퍼 장관으로 입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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