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위한 요한계시록(8) 장신대 김태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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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요한계시록(8) 장신대 김태섭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4.08.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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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은 이 7개의 행성들을 따라서 7일로 순환하는 1주(週, week) 개념을 사용했다: 태양(日요일), 달(月요일), 화성(火요일), 수성(水요일), 목성(木요일), 금성(金요일), 토성(土요일). 이 사실은 주후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여 멸망한 도시 폼페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계시록의 구조(構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계시록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 헬라어 표현 ‘ἐν πνεύματι’[엔 프뉴마티]와 숫자 ‘7’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특별히 계시록을 읽어본 독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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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7이 책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일곱 영, 일곱 촛대, 일곱 교회,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일곱 머리 등).

이러한 ‘7’의 상징성에 대해 보통 ‘땅의 수 4(동·서·남·북)와 하늘의 수 3(성부·성자·성령)의 합’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것 외에 다른 설명은 없을까? 이번 호에서는 계시록에서 두드러지는 숫자 ‘7’의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요한계시록에서 숫자 ‘7’의 시공간적 상징성

신약성경은 주후 1세기 당시 두 개의 문화적 토대 위에서 저술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이스라엘 땅’은 로마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다. 따라서 그리스-로마의 문화적 요소들은 부지불식간에 신약성경 저자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로마의 공용어인 ‘헬라어(그리스어)’로 신약성경이 기록된 사실만 상기해도, 이러한 그리스-로마 문화의 배경은 신약성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에게 숫자 7은 어떠한 의미가 있었을까? 고대 로마인들은 ‘태양계의 행성이 총 7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육안으로는 관측될 수 없었던 천왕성이나 해왕성은 제외하고, 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이렇게 총 7개가 태양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로마인들은 이 7개의 행성들을 따라서 7일로 순환하는 1주(週, week) 개념을 사용했다: 태양(日요일), 달(月요일), 화성(火요일), 수성(水요일), 목성(木요일), 금성(金요일), 토성(土요일). 이 사실은 주후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여 멸망한 도시 폼페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발굴이 끝나고 정리된 유적 현장을 보면, 벽에 ‘Dies Sat Sol Lun Mar Mer Iov Ven’라고 남겨진 낙서가 있다. 여기서 ‘Dies’[디에스]는 영어의 ‘day’ 곧 ‘날’을 의미하고, ‘Sat’은 ‘Saturni’[사투르니]의 줄임말이다. 그래서 Dies Saturni는 ‘토성의 날’ 곧 ‘토요일’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Sol’은 ‘Solis’[솔리스]의 줄임말로, Dies Solis는 ‘태양의 날’ 곧 ‘일요일’을 의미한다. ‘Lun’은 ‘Lunae’[루나이]의 줄임말로, Dies Lunae는 ‘달의 날’ 곧 ‘월요일’을 의미한다. 나머지도 각각 ‘Martis’[마르티스], ‘Mercurii’[메르쿠리], ‘Iovis’[요비스], ‘Veneris’[베네리스]로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을 의미한다.

이처럼 로마 사람들은 태양계 7행성을 기준으로, 7일로 순환하는 1주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요일 명칭도 결국 2천 년 전 로마 문화의 영향임을 알 수 있다(cf. 영어의 요일 명칭은 북유럽 신화가 반영되어 태양계 7행성의 명칭과 일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목요일을 뜻하는 ‘Thursday’의 ‘Thurs’는 목성이 아니라 천둥의 신 ‘토르’[Thor]를 가리킨다). 이처럼 주후 1세기 로마인들에게 숫자 7은 태양계라는 ‘공간성’과 1주일이라는 ‘시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숫자였다.

그렇다면, 주후 1세기 당시 유대인들은 요일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당시 유대인들도 7일로 순환하는 1주 개념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로마인들처럼 ‘태양계’가 아니라 창세기 1장에 나오는 7일 간의 창조였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요일의 명칭을 지금도 יום ראשון[욤 리숀]: ‘첫째 날’, יום שני[욤 쉐니]: ‘둘째 날’, יום שלישי[욤 슐리쉬]: ‘셋째 날’, יום רביעי[욤 레비이]: ‘넷째 날’, יום חמישי[욤 하미쉬]: ‘다섯째 날’, יום ששי[욤 쉬쉬]: ‘여섯째 날’, יום שבת[욤 샤밧]: ‘안식일’이라고 부른다.

‘첫째 날’은 현대의 ‘주일(일요일)’에 해당하며, ‘안식일’은 ‘토요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해가 지면 날이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가리킨다). 이처럼 주후 1세기 유대인들에게도 숫자 7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세계라는 ‘공간성’과 1주일이라는 ‘시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숫자였다.

계시록은 시간과 공간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현하는 책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땅과 우주의 운명을 포함하여 새 하늘과 새 땅 및 새 예루살렘을 예고한다. 또한 성도들의 기도가 응답받는 때,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 악의 세력들이 심판받는 때 등 결정적인 순간의 도래를 약속한다.

이처럼 계시록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에 관한 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시 로마인과 유대인 모두에게 시공간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숫자가 바로 ‘7’이었다. 그렇다면 계시록에 왜 숫자 7이 자주 언급되는지 그 상징적 이유를 독자들은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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