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리꾀르의 영성’ 주제로 월례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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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 ‘리꾀르의 영성’ 주제로 월례발표회
  • 김진영 기자
  • 승인 2017.02.0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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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학술원 월례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정기철·김영한·석종준 박사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3일 오후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리꾀르의 영성'을 주제로 열렸다. 발표는 정기철 박사(여수성광교회)가, 논평은 석종준 박사(침신대 교수)가 각각 맡았고, 차영배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이를 종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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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철 박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기독교 철학자 폴 리꾀르(1913~2005)는 성경의 언어를 상징이나 은유, 또는 비유나 이야기 등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 성경 언어들은 상상력의 작용에 따라,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의미를 전달하고 창조한다는 게 리꾀르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정 박사는 "리꾀르는 (성경) 텍스트 자체의 우선성을 논의의 중점에 둔 것은 사실이지만, 독자의 의미 창조와 삶에서의 적용, 곧 텍스트의 지시와 의미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굉장히 중시한다"며 "리꾀르에 따르면 상상력에 의해 생산된 의유나 상징, 혹은 비유나 이야기 등은 텍스트의 상상적 변양을 우리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리꾀르는 성경 텍스트의 절대성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다고 정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저자를 알 이해하려고 텍스트에 없는 내용을 더 넣어도 안 되고 독자의 해석 능력이 좋다고 해서 텍스트에 의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텍스트가 말하는 그대로가 사실이다. 더 넣어도, 빼도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력은 필요하지만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정 박사는 또 '자기 정체성'에 대한 리꾀르의 사상도 소개했다. 그는 "리꾀르는 존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존재이고자 하는 욕망에만 맡길 게 아니라, 한계 상황에서 내 성격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함을 체험하듯이,

성경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기를 세워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며 "또한 리꾀르는 인간의 자기 존재는 역사 속에서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와 시간이라는 조건에서 부단히 의미를 찾고 구성하며 해석해서 얻는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

발표에 앞서 개회사 한 김영한 박사는 "리꾀르 영성의 핵심은 그가 인간 의지 안에 있는 악을 이야기하고, 그것의 가능성만 아니라 실재성을 인정하며, 그것이 은총에 의해 극복된다는 종말론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며 "그리고 역사 속에서 행해진 각종 악에 대해 언급하면서 단지 악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의롭게 기억하면서도 용서를 통한 종말론적 화해를 제시한다는 것에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특히 "리꾀르에 의하면 과거사와 관련해 강요된 망각은 정의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은폐한다"며 "나치의 유대인 학살,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갈등 등은 역사가 우리를 부르는 화해와 용서의 문제다. 용서란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가 사랑에 기초한다고 하여 무조건 과거를 잊거나 청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랑은 정의에 기초해야 한다. 사랑은 정의를 뛰어 넘으나, 정의 없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며 "진정 용서하려면 망각이라는 기억 말살을 고백하고 용서를 요청해야 한다. 정의는 불행한 과거를 잊기를 요구하는 망각의 정치에서 벗어나, 사법적인 청산을 전제로 하면서도 진실한 화해와 용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리꾀르의 종말론적 용서 사상은 오늘날 과거사 청산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 속에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해 하나의 철학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준다"며 "그것은 역사적 악의 문제와 정의, 사회정의와 이웃 사랑의 변증법을 인정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화해하려면 용서해야 한다. 죄악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용서가 있어야 한다. 그는 책임을 추궁하는 처벌보다 더 큰 은혜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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