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으로서의 기업시민, 김용근 박사(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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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으로서의 기업시민, 김용근 박사(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6.1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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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함께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과 강대국들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되고 있는 국수주의 기조는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용근 박사(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 포스코경영연구원 겸직)
김용근 박사(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 포스코경영연구원 겸직)

기업이란 무엇인가? 예전부터 우리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로 배워왔다. 물로 그 이윤의 주체는 회사 오너부터 주주, 투자자 등 다양해지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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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영진 연합체인 BRT(Business Round Table)에서는 ‘19년 8월 ‘Purpose of Corporation,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중심에서 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며 181명의 글로벌 기업 CEO들이 함께 발표하였다. 그 한달 후인 9월에는 ‘Capitalism. Time for a Reset, 자본주의 리셋’ 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의 경제전문지 Financial Times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발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많은 투자기관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자산규모가 6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투자기관인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는 매년 투자하는 기업들의 CEO에게 연례 서한을 보내는데, 최근에는 ‘목적있는 기업’이 되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2017년 서한에서 처음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같은 맥락에서 ‘기업의 목적(purpose)’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2018년에는 제목을 ‘기업의 목적의식(the sense of purpose)’으로 달았었다. 2019년에는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기업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이와 같은 ‘사회적 목적’이 분명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다 보니 2019년 8월 BRT 선언이 이러한 주요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한 화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의 연례 서한,(중략) 출처: 블랙록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발췌

뿐만 아니라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Stakeholder Capitalism’가 주요 화두로 이슈화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 창출만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오늘날 사회는 환경오염, 양극화 등 기존 자본주의가 추구해온 방식으로 인한 여러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 동안 정부와 사회 구성원들 그리고 기업도 일부 노력해 오긴 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기업의 역할을 돌아보고, 사회적 이슈에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에 동참한 기업들은 먼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부터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회와 분리된 관점에서 기업이 번 돈을 사회를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자세를 취한다.

근본적으로 기업과 사회는 분리되어 있고, 기업이 사회를 위해서 베푸는 것이라는 시혜적 자세를 취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기업의 자세는 사회의 요구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고, 근본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보니 기업의 활동에 혜택을 받는 수혜자를 제외하고는 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 어렵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 시간, 노력을 드리지만, 실질적으로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함께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과 강대국들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되고 있는 국수주의 기조는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숨은 아픔(Hidden Pain Point)을 발견할 때 시장에서 어필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들이 모여서 등장한 것이 ‘기업시민, Corporate Citizenship’이라 할 수 있다. 기업시민관점 하에서는 우선 기업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한다. 기존에는 기업을 사회와 분리된 존재로 바라봤다면, 기업시민 관점 하에서는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사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그렇다 보니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업도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 갖는 것을 두고 자칫 과거처럼 사회에 시혜적인 기부활동을 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저성장을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업시민 관점에서는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 활동으로 연계하려 노력한다.

어떻게 사회공동체와 기업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공생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기존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해서 기업의 진정성을 외부에도 알릴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결국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주주, 고객, 협력사 그리고 직원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포스코가 ‘18년 최정우 회장 취임과 함께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도적으로 선포하였고, 비슷한 관점에서 SK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수년 전부터 기울이고 있다.

출처 : 이데일리 기사(2019.12.3)

이렇게 기업시민 관점에서 경영을 해나갈 때 People, 즉 임직원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달라지게 된다. 물론 기업시민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들이 임직원들을 함부로 대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업시민을 선언한 기업들의 임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절실하다.

그 이유는 Business 측면에서 협력사, 공급사, 고객 등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공생가치를 만들어 내고, Society 측면에서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통해 기업의 평판을 제고하게 되는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일반적인 사업전략이나 투자방식 하에서는 소수 경영진이 의사결정하면 추진이 가능했지만, 사회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만드는 기업시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한명한명이 함께 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업무기능별로 기업시민을 접목하여 일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가이드할 필요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위협으로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다. 기업들마다 위기 극복을 하기 위해 비용절감, 현금확보 등 단기적인 회복과 목표 달성을 위해 과거보다 더 치열하게 나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 하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시민 관점의 일하는 방식은 유지되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이후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돌아올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려운 시기 중소 협력사를 배려하여 함께 위기를 극복한 기업에 대해 로열티를 갖게 될 수도 있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고객사는 장기적인 협업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시민이 잠시 유행하는 트랜드가 아니라 이 시대 기업경영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지속가능부문 최고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맡고 있는 한국계 오드리 최는 TED 발표를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더 나은 미래에 동참하라고 설득하였다.

우리 사회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시민을 새로운 렌즈로 활용하여 기업 경영의 목적을 새롭게 정비해보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 그들의 성공을 응원해본다. 김용근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고, 현재 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와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고 있다.

자료 기독경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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