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위한 요한계시록(5) 장신대 김태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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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요한계시록(5) 장신대 김태섭 교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4.08.19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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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목사는 “주의 재림”이란 설교에서, 지금의 시대는 계시록에 예언된 전 지구적 전쟁과 거짓 선지자의 출현 그리고 극심한 박해를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도들은 임박한 주님의 재림을 깨어 준비해야 한다고 강론하였다(『주기철 설교집』, 132-133 참고).

지난 글까지 우리는 소아시아 성도들이 직면해야 했던 사회·경제적 불이익과 정치·종교적 도전에 대해 알아 보았다. 종교 중심의 다신교 사회를 살아가던 당시의 성도들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위협에 직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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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후 1세기 전후로 시작하여 소아시아에서 성행했던 황제 숭배(imperial cult)는 그 당시 성도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도전이었다. 교회 안에서는 종교적 타협을 주장하던 종교혼합주의자들이 등장했고, 순수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성도들은 외부의 박해에 맞서 순교를 각오해야만 했다.

이러한 1세기 아시아 교회의 상황은 일제강점기 한국교회의 상황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다.

                     요한계시록의 상황(context)과 한국교회의 역사적 경험

한국교회는 계시록이 기록된 당시의 상황(황제 숭배의 성행)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일제강점기 때의 신사참배(神社參拜)이다. 신도(神道)는 자연을 숭배하는 일본 고유의 정령신앙(애니미즘, animism)이었으나, 19세기 후반 메이지시대에 이르러서는 천황을 신격화하고 천황권(權)을 절대화하는 국가신도(신도의 국교화)로 발전하게 된다.

국가신도의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천황(천황가)은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최고신)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天照大御神)의 후손이며, 신사(神社)에서 신(神)으로 예를 올려 바쳐야 하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일제는 조선의 국권을 강탈하고, 1931년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대륙 정복의 야욕을 드러내면서, 한반도의 병참기지화를 위해 내선일체, 황국신민화, 신사참배 등을 본격적으로 강요하기 시작하였다.

한국 천주교는 교황 비오 12세의 교지(敎旨)로 신사참배에 동참하게 되고, 이후 성결교, 감리교, 장로교 등도 신사참배를 결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나섰던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그 저항의 신학적 근거는 무엇보다 십계명의 제1계명, 곧 ‘유일신앙’(monotheism)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붙들었던 또 하나의 강력한 신학적 근거는 바로 ‘종말사상’이었다.

예를 들어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마귀에 대하야”라는 설교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 마귀는 지금 공중에 권세 잡은 자로서 세상에서 그 권리를 마음대로 행사하지만, 그 최후는 무저항(무저갱)에 드러가는 것이다.

우리는 묵시 二十장 2절 말씀을 볼 때, 통쾌함을 금치 못한다. 주님 재림시 마귀는 무저항에 가둔다. 그리하야 千년 왕국 시대에는 유혹이 없을 것이라 했다. (중략) 주님이 오시기 젼까지 마귀는 과연 무서운 영물이다” (한국교회 순교자 기념사업회, 『주기철 설교집』 [서울: 엠마오, 1988], 162-163 참고).

주 목사는 “주의 재림”이란 설교에서, 지금의 시대는 계시록에 예언된 전 지구적 전쟁과 거짓 선지자의 출현 그리고 극심한 박해를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도들은 임박한 주님의 재림을 깨어 준비해야 한다고 강론하였다(『주기철 설교집』, 132-133 참고).

이와 같은 설교를 통해서 우리는 주 목사의 신사참배 반대운동이 그의 종말사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말신앙을 바탕으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저항했던 모습은 손양원 목사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손 목사는 1939년 “현하 교회가 요구하는 교역자”라는 설교와 1940년 “주의 재림과 우리의 고대”라는 설교로 인해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기소된다. 당시 피의자조서에 손 목사가 진술한 설교의 내용을 보면 ‘현(現) 세상은 주님의 재림이 임박한 마지막 때’라는 인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각 국가 간에 전쟁이 있고, 각지에 있어서는 한재, 수해, 악병 환자가 년년 증가하며, 조선에 있어서는 우리 교도에게 대하여 신사참배 강요 등으로 해서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것이 즉 말세 현상으로 우리가 대망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재림도 목첩 간에 임박해 있다.”

이어서 그는 예수께서 만왕의 왕으로 재림하실 때에 성도들을 박해하는 각국의 권세를 심판하시고, “영원히 평화롭고 행복한 신천신지 하나님 나라가 출현할 것”이란 기대를 피력한다(김승태 편역, 『신사참배문제 자료집 III: 재판기록편』 [서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4], 44-45 참고).

이상과 같은 종말사상은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 외에도 주남선 목사, 이기선 목사 등 당시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앞장 섰던 목회자들의 설교나 법정 조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이들이 남긴 설교나 글에는 계시록에 대한 정교한 주석적 작업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계시록의 천년왕국과 이에 근거한 종말신앙이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사상적 근거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를 겪어낸 한국교회는 그 누구보다 계시록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계시록의 시대와 일제강점기의 ‘황제숭배’는 또 다른 옷을 입고 얼마든지 우리의 교회와 신앙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세상의 도전에 맞서 한국교회는 계시록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함께 건강한 종말신앙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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