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목사는 "북한 사회 내부에서 공산·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배급제가 무너지고 시장경제 체제인 장마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또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과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에 있어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북한을 준비시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길 목사는 “탈북민 신학생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열쇠”라며 “이들에게 헌신적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줄 때, 이들은 변화될 것이다. 그리고 변화된 이들을 통해 또한 북한이 변화될 수 있다”고 했다. ⓒ김신의 기자
“북한을 위해 오래 기도해왔는데, 하나님께서 그 응답으로 우리에게 주신 탈북민 신학생들을 잘 양성하라고 하셨습니다.”
박병길 목사(예심교회)는 북한 선교 전문 사역자 양성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예심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20여년이 된 박 목사는 예심북한선교회와 민족복음사관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탈북민 이주, 새터민 정착 지원 등에 힘써왔다. 앞으로 더 큰 사역을 꿈꾸고 있는 박병길 목사를 만나봤다.
박 목사는 "북한 사회 내부에서 공산·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배급제가 무너지고 시장경제 체제인 장마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또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과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에 있어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북한을 준비시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북한과의 복음 통일을 위해 오래도록 기도해왔고, 하나님께서는 20여 년 전부터 탈북민을 보내주셨습니다. 처음엔 조금씩, 그러다 점점 늘어나 많을 때는 1년에 약 3천명까지, 현재 약 3만명의 탈북민이 우리나라에 와 있습니다. 또 중국 등지에는 30만여 명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가 안됐습니다. 기도만 했지 응답에 대한 준비를 못한 거예요.”
그러면서 박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등에 있는 1백여 명의 탈북민 신학생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탈북민과 새터민 신학생들을 북한 선교 전문 사역자로 잘 훈련시키는 것이 복음 통일의 중요한 열쇠”라며 “그러나 이들을 위한 목회자, 교육자, 사역자 훈련이 극히 부실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박 목사는 신학대에 북한 선교를 위한 실무 및 영성 교육을 도입하고자 제안했지만 아직 열매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 목사는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하는데, 정작 나 자신도 예수님 뜻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로서는 이 길을 갈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겠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역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병길 목사는 “분단 이전에 북한의 3천여 교회 성도들이 남한으로 이주했다”며 “이들이 한국교회의 부흥을 주도했다. 우리는 북한교회에 복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김신의 기자
“북한의 문이 열려서 그곳에 교회를 세우려면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를 위해 탈북민, 특히 탈북민 신학생을 먼저 가르쳐야 해요.”
박 목사는 우리와는 다른 북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이야기하며 “먼저 북한을 알아야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태어나면 김일성 장군 이름을 제일 먼저 배우고, 성인이 되어서도 주민총화, 생활총화, 자아비판 등 평생에 걸쳐 주체사상과 김일성 어록을 배운다”며 “우리와 전혀 다른 의식 구조와 사상, 생존 양식을 갖고 3~4세대를 살아왔다”고 했다. 이어 새터민 전도 역시 ‘북한 선교의 난제’ 중 하나라며 “탈북민 신학생들이 새터민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탈북자의 대부분이 여성인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비참합니다. 사람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고 여러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어 마음을 열고 교제할 수 없는 의식과 심리 상태를 갖고 있습니다. 남한에 와서도 탈북민들끼리 모인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탈북민 신학생은 마치 ‘어댑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북한에 있는 사람과 전화하려면 법에 걸려 통일부에 허락을 받아야하지만, 탈북민은 그렇지 않습니다.”
박 목사의 의견에 동의하는 목사도 많았지만, ‘은퇴한 목사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러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박 목사는 “내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큰 교회를 담임하는 것도 아니어서 하나님께 ‘왜 이런 사람을 쓰시나?’ 하고 기도했는데 심청이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했다.
“심청이 아버지가 핏덩이 같은 어린 심청이를 젖동냥으로 키워요. 그 심청이가 자라서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자신의 몸을 던지죠. 심청이는 나중에 용궁에서 황후가 되고 맹인 잔치를 열고, 결국 거기서 심봉사가 눈을 뜨고, 그러더니 온 나라의 장님이 눈을 떠서 광명 천지가 됐다는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를 북한에 대입하면, 북한은 예수님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이 대부분이고, 복음에 대해 장님이예요. 복음의 광명 천지가 되려면 심청이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고 미력하나 뜻있는 목사님들과 성도들의 도움을 얻어 심청이를 길러내는 심봉사의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만약 심청이가 가난한 심봉사 집이 아니라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면, 자신의 몸을 던지지 않았을 거예요. 탈북민에게 우리 믿음의 선진들의 신앙을 들려주고, 이들을 위해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 사람들이 변화되고 이들을 통해 북한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역사는 분명하다”며 “인간적인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의 사랑이 들어와야 이들이 사랑을 알고, 북한에서 자신을 내어놓고 헌신적으로 사역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탈북민들에게 헌신된 목사님들의 발자취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고 예수님을 뒤따라야 합니다. 이분들을 위해 죽어야 이분들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죽으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