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사형수들에게 형 집행 당일 아침만큼은 그들이 원하는 메뉴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는 길, 그 동안 형무소에서 먹을 수 없어서 간절히 원하던 음식으로 배불리 먹고 가라는 의미이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특이한 두 사람의 식사가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1995년 4월19일,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라호마 시 연방정부 청사 폭파사건의 범인 티모티 맥베이(Timothy McVeigh)가 먹고 간 마지막 식사였다.
그것은 소박한 ‘민트 아이스크림’이었다. 다른 하나는 납치와 살인죄로 구속되어 사형당한 빅터 페거(Victor Peguer)의 마지막 식사인데, ‘올리브 한 알’(아래 사진 밑)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는 무엇일까? ‘떡과 포도주’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말이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사형수가 먹는 마지막 음식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가 남기는 마지막 유언에도 호기심이 많다. 어떤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여 마지막 남기는 말을 유언(遺言)이라 한다. 비록 그 사람이 생전에 별 볼일 없거나 좋지 않은 이였다 하더라도 그의 마지막 말에는 모두가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흉악한 사형수라 하더라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에는 소원을 물어서 들어주려고 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가 남기는 유언은 그만큼 큰 위력과 권위를 가지는 것이다. 유명인들의 마지막 유언이 뭐였을까 궁금해 하는 건 모두가 같은 마음이리라.
세계 모든 이들이 다 알아줄 만한 유명 인사들의 유언들 가운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어둠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 마릴린 몬로. “저리 나가! 유언이란 살아서 충분히 말하지 못한 바보들이나 남기는 거야!” 칼 마르크스. “정말 멋진 날이군!” - 알렉산더 1세.
“나는 창조주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창조주께서 나를 만나야 하는 시련에 준비되어 계신지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 윈스턴 처칠. “천국에서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 루드비히 폰 베토벤. 귀머거리로 살았던 베토벤의 유언은 읽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천국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과 제대로 알고 살아온 이들의 차이를 이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유언이라 하면 한 사람이 늘 떠오른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말이다. 1546년 1월 23일, 루터는 자신의 고향인 아이슬레벤(Eisleben)을 방문하여 맨스필드 백작의 두 형제간의 가족 분쟁을 중재했다. 그의 중재를 통해 두 사람은 화해했다.
그러나 62세의 나이에 자신의 삶에 대한 많은 요구에 지쳐 병이 났고,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감지한 루터는 마지막 유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천국과 땅과 지옥에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로 시작되었는데, 이는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대담하게 살아온 태도의 결과물이다. 루터는 마지막 순간에 친구인 저스투스 조나스(Justus Jonas)로부터 “그리스도와 네가 가르쳐온 교리에 굳게 서서 죽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리고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갔다. 그가 유언 중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궁금하지 않는가? 그의 마지막 말은 독일어와 라틴어의 혼합 문장인 “Wir sind bettler. Hoc est verum.”이다. 영어로 하면 다음과 같다. “We are beggars, this is true.” 그 위대한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마지막 남긴 말치고는 너무도 평범하고 부정적인 내용이다.
적어도 루터 정도가 되면 더 멋있고 수준 높고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실망스런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린 거지같아. 사실이야!” 이런 유언의 내용은 위에서 소개한 마를린 몬로와 칼 마르크스의 유언 내용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질 않은가? ‘도대체 루터가 왜 저런 말을 남겼을까?’ ‘저 문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의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모든 일에 있어서 절박한 거지들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필요를 풍성하게 채워주시는 아버지가 되신다. 이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왜 루터가 ‘거지들’(beggars)이란 표현을 썼을까?
영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는 부모 없는 고아들과 같다. 더 처절하게 말하면 거지들이다. 그런데 이런 고아와 같고 거지같은 우리에게 하나님은 무엇이든 넘치게 채워주시는 은혜의 아빠(Abba)가 되신다는 의미이다.
우리 모두는 정말 수지맞은 인생들이다. '거지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거듭나는 순간들을 다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맙고 선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우리는 과연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 떠나기 전 내가 꼭 남기고 싶고, 반드시 남겨야 할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We are sons of God, this is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