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 현장에서 비보가 날아들었다. 중국 백두산 아래 마을인 장백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20년이 넘도록 목회를 해온 한충렬 목사(49, 장백교회)가, 지난 4월 말 목이 베여 숨진 채로 야산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장백 지역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혜산과 마주한, 탈북 루트로 자주 이용되는 지역이다. 한 목사는 이 길목을 지키며 탈북 형제들을 도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선교 현장이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다.
조선족인 한충렬 목사는 중국인 신분으로서 상당히 성공한 목회자로 알려져 있다. 중국 길림성 종교국 위원이자 장백현 공산당 종교 관련 임원이기도 하다. 현재 600여 명의 교인이 등록된 장백교회는 동북3성의 중심 교회로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교회 지도자가 피살되면서 현지에서는 충격이 크다.
주변인들의 판단으로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들은 대체로 이번 사건을 탈북민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북한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이 사건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는 중국의 한 북한 식당 소속 종업원 13명이 자진 탈북하여 한국에 입국한 일에 대한 보복 차원의 사건이라고 보는 주장이다. 북한은 종업원들을 한국 국정원이 납치했다고 선전하면서,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둘째는 장백교회가 선교 차원에서 북한 내부에 지하교회를 조직하려다 발각된 일과 연관을 지어 이번 사건을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장백교회 교인 4명이 최근 지하교회 설립을 위해 북한 지역에 들어갔다가 체포되었는데, 3명은 석방되고 1명은 아직 구금 중이라고 한다.
탈북 목회자인 강철호 목사(새터교회)는 이번 테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나와 한 목사님은 중국 서탑교회가 개설한 신학교 동기로서 북한선교에 남다른 꿈과 비전이 있었다. 그 순수한 마음에 북한은 왜 테러를 가했을까? 한국과 중국의 밀월관계와 유엔의 대북 제재 등으로 힘든 가운데, 공격적 선교를 하는 목사님에 대해 분노하여 북한선교를 위협하려고 테러를 한 것이다." 그러나 강 목사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남한의 손길을 기다리는 북한의 마음을 연결하는 새로운 북한선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선교 활동은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중국으로 탈북했거나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마치 비밀 공작원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이러한 선교사들의 활동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선교 현장은 중국의 그늘과 북한의 감시가 따르는 위험한 곳이지만, 통일과 복음의 비전을 통한 생명 구원의 기쁨이 공존하는 가슴 뛰는 곳이다. 그야말로 영적 전쟁터인 것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대북한 선교사들은 적어도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매사에 겸손해야 한다. 자신의 활동을 과장하거나 자랑하면, 그 순간부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사탄이 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매사 기도로 의사 결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 어떤 일을 수행하거나 누군가와 만날 때, 반드시 기도를 통해 성령의 인도를 간구해야 한다. 급히 서두르는 일에는 함정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승리하시는 하나님께서 지키고 계심을 믿어야 한다.
강 목사는 북한선교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북한의 이번 테러는 북한 내부가 자체적 테러로 붕괴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역설적 증거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북한선교는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선교가 되어야 하고, 북한 내부의 움직임과 붕괴 현상을 가장 민감하게 인지하고 전달하는 통로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김창범 목사(더미션로드선교회 대표)